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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람 Dec 19. 2024

도박 중독의 심연: 무너져가는 일상의 기록

새벽의 시작

매일 새벽 4시, 알람도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집니다. 해외선물 마감 시황부터 확인합니다. "어제 -2,100만원 손실... 오늘은 꼭 만회해야 해." 식은땀을 흘리며 증권사 앱을 새로고침합니다. 아내는 아직도 제가 '주식투자'하는 줄로만 알고 있습니다.


## 회사에서의 이중생활


"과장님, 이따 회의 준비자료는..."

"아... 네, 점심시간에 마무리하겠습니다."


업무 화면 뒤에는 항상 HTS가 떠 있습니다. 코스피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진동 모드로 해둔 핸드폰에 증거금 부족 알림이 연달아 옵니다. 화장실로 뛰어가 떨리는 손으로 남은 신용카드 한도를 확인합니다.


## 화장실 속 지옥


점심시간, 회사 화장실 칸막이 안.

"띠링-" 마진콜 알림입니다.

선물옵션 만기일, ELW 청산 시간이 다가옵니다.

순식간에 -1,800만원...

손가락이 덜덜 떨립니다.


급하게 카톡을 보냅니다.

"형, 500만원만 급하게... 다음 주에 확실히 갚을게"

"누나,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제발 좀..."


##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통장에는 거래내역이 꽉 찼습니다.

- 대부업체 대출 2곳

- 카드론 4개

- 카드 현금서비스 13장

- 보험 약관대출 3건

- 마이너스 통장 한도 소진

- 지인들에게 빌린 돈 7,000만원


이자만 매달 300만원이 넘습니다.


## 거짓말의 늪


"여보, 이번 월급은 회사에서 좀 밀려서..."

"엄마, 친구 사업 투자금이 묶여있어서 조금만 더..."

"형, 이번 주까지만 기다려줘. 꼭 갚을게..."


한번 시작된 거짓말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납니다. 매일 밤 누구에게 얼마를 빌렸는지 계산하다 잠이 듭니다.


## 무너지는 일상


아침마다 독촉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둡니다. 대출업체, 카드사, 지인들... 발신자 표시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퇴근 후에는 PC방으로 직행합니다. "오늘은 꼭 따서 빚 좀 갚아야 하는데..." 새벽 2시, 3시가 되도록 차트만 들여다봅니다.


주말에도 쉴 수 없습니다. 월요일이 되기 전에 증거금을 마련해야 합니다. 토요일에는 사채업자를 만나고, 일요일에는 친척들을 찾아다닙니다.


## 극단으로 치닫는 선택들


밤 11시, 아내와 아이들이 잠든 후 서랍을 뒤집니다. 통장, 보험증서, 심지어 어린이보험 만기환급금까지... "이번만 돌려놓자. 이번만..."


전세자금 5,000만원도 몰래 빼서 옵션에 넣었습니다. 은행에서 만기 연락이 올 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 관계의 파괴


친구들과는 연락을 끊은 지 오래입니다. 만나면 또 돈 얘기를 꺼낼까 봐... 부모님께도 연락을 피합니다. 빌린 돈 독촉하실까 봐 무서워서.


"여보, 왜 자꾸 핸드폰만 보는 거예요?"

"아빠, 우리랑 놀아주기로 했잖아요..."


가족들의 목소리가 점점 멀게만 느껴집니다.


# 매일의 지옥: 도박 중독의 일상

## 숨막히는 아침

또 다시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해외선물 차트를 보다가 -800만원 손실... 아침 6시, 손떨리는 손으로 남은 신용카드들을 확인합니다.

"이번 달 결제금액 580만원..."
"현금서비스 한도 90만원 남음..."
"체크카드 잔고 부족..."

아내가 준비한 아침 밥상을 앞에 두고도 한 숟가락 못 뜹니다. 속이 타들어가는데 어떻게 밥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 출근길의 악몽

지하철에서도 손은 쉬지 않습니다.
"오늘 코스피 예상 시나리오는..."
"이번엔 풋옵션으로 가야 하나..."
"9시 시작하자마자 물려야 하는데..."

옆자리 승객의 눈치를 보며 증권사 앱을 새로고침합니다. 매수 가능 금액 '0원'... 숫자를 보는 순간 속이 메스껍습니다.

## 아슬아슬한 줄타기

"띠링" - 친구에게서 카톡이 옵니다.
"어제 약속한 돈은?"
"형, 진짜 미안한데 이번 주말까지만..."

다른 창을 넘깁니다.
대부업체 A: "오늘까지 이자라도 입금해주세요"
대부업체 B: "연체 시 법적 조치 들어갑니다"
카드사: "연체 5일째입니다"

핸드폰을 끄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습니다. 혹시 급등이라도 하면... 물린 주식이라도 반등하면...

## 회사에서의 숨바꼭질

오전 회의 중에도 핸드폼은 무릎 위에서 진동모드.
"과장님,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
"아... 네... 그건..."

머릿속은 온통 차트 생각뿐입니다.
콜옵션 -920만원
풋옵션 -650만원
원달러 선물 -430만원

화장실로 뛰어갑니다.
"또 배탈이세요?"
동료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따라옵니다.

## 점심시간의 전쟁

12시 정각, 구내식당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회사 근처 PC방 구석자리.
"제발... 제발..."

만기 30분을 앞두고 있는 ELW...
잔고 '0원'
증거금 부족 알림
담보유지비율 경고

급하게 전화를 돌립니다.
"형수님, 죄송한데 급하게 300만원만..."
"누나,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야..."

## 끝나지 않는 오후

오후 3시, 또다시 화장실.
선물옵션 마감 10분 전.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띠링" - 마진콜 알림
순식간에 -1,100만원 손실
손가락이 덜덜 떨려 화면도 제대로 못 보겠습니다.

## 퇴근길의 두려움

저녁 7시, 퇴근길.
핸드폰은 꺼놓은 지 오래.
지하철에서 마주친 시선들이 모두 채권자 같습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현관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입니다.
안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데, 왜 이렇게 들어가기가 두려운지...

## 밤의 고문

밤 11시, 아내와 아이들은 잠들었습니다.
노트북을 켭니다. 해외선물 시작 시간.

엑셀파일을 업데이트합니다.
카드빚 4,200만원
대부업체 2,800만원
지인들 7,600만원
전세자금 5,000만원

숫자를 보다 보면 눈물이 납니다.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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