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월간서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누우리 May 27. 2018

회사 그만두고 서점 하면 어떨까?

월간서른 #201804 #독립서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있습니다. 북카페를 하면서 옹기종기 모여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책을 하루 종일 읽고 싶다는 상상. '월간 서른' 4월 모임에서는 10년의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이 꿈을 실현하셨던 독립서점 51페이지 前대표 '김종원' 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출처 : 월간서른


독립서점 前대표 '김종원'님이 강연을 통해 진솔하게 말씀해 주신 직장 퇴사에서부터 서점 창업, 그리고 다시 회사원(現  리디북스 팀장)으로 복귀하기까지 과정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에게 묻는 서점 창업에 관해 궁금한 이야기 10가지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일과 책을 파는 일은 다르다


01

10년 동안 다닌 직장을 퇴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장인 10년 차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생활의 달인'을 보면서 직장 생활 오래 하면 '생활의 달인' 출연이 가능할까라는 엉뚱한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생각을 할 때쯤 아버지가 33년 직장 생활을 은퇴하셨는데요, 사실 직장인이 그만두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점심 먹고 커피 마시면서 카페나 차려볼까 라는 생각도 가끔씩 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으로 그만두었습니다.      



02

서점을 한다고 했을 때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요?


생각보다 아내가 흔쾌히 승낙해 주었습니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계속 서점 하고 싶어 하는 저를 잘 알았기에 올게 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아버지와 처갓집 승낙을 얻기 위해 제안 발표를 따로 했습니다. 일본 서점, 동네서점이 뜨고 있다는 뉴스를 브리핑했습니다.


다행히도 아버지도 이해를 해 주셨고 처갓집도 사업을 하고 계셔서 오히려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계속 서점 창업은 퇴사가 아닌 '이직'이라고 설득을 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콘텐츠 비즈니스 기획자로서 일한 것의 연장선으로 서점을 기획하는 일로 바뀐 것 밖에 없다고 강조했던 것 같습니다:)      



03

서점을 열기까지 얼마나 준비하셨나요?


2016년 4월 말, 회사에 부동산 계약서를 보여주면서 퇴사 얘기를 하고 그 해 9월에 노원구 공릉동에 서점(51페이지)을 열기까지 총 6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출처 : 51페이지 네이버 블로그 - 서점 내부 사진

서점을 한다는 것은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회사에서 배운 문서 작성, 기획력과 일본에서 여러 서점을 본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점은 하게 되면 인테리어, 전기공사, 각종 서류 작업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업체에 맡기면 보통 평당 2~300만 원의 비용이 드는데 30평 남짓의 서점을 꾸미기 위해 9,000만 원을 쓸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돈을 아끼기 위해  고생하면서 직접 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2,000만 원의 비용으로 완성했습니다.         



04

서점 매출은 어땠나요?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합니다.


막상 서점을 열고 시작해 보니 사업은 정말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OPEN발 이후로 고통의 나날 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1일 매출 15,000원의 마감 영수증을 끊은 날이었습니다. 보통 1시에 오픈해서 10시 클로징 하기까지 하루 9~10시간의 노동을 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책 한 권 당 75%를 원가로 보는데 도서 판매로만 서점을 운영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실제 서점을 운영할 때 매출 비중이 도서 판매가 60~65% 정도였고, 그 외 부분은 소모임 장소 대여, 강연, 음료 판매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였습니다. 평균적으로 서점에서 1개월에 약 500권 정도 판매를 하면 원가를 빼고 약 187만 원 정도 남습니다. 여기에서 책방 월세, 관리비, 인건비, 소모품 구입,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항상 적자일 수밖에 없는 수익 구조입니다.



05

서점 홍보는 어떻게 하기 시작했나요?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 줄 것이다.  - 앤디 워홀


아무리 좋은 책을 서점에서 갖다 놓아도 서점에 손님이 없으면 소개할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이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큐레이션보다 홍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서점이 있는 지역 활동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노원 경춘선 숲길 바로 옆에 서점이 있어서 노원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동참해 지역 주민에게 화장실을 개방하는 일도 했습니다. 동네에 휴먼 책방이라고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홍보도 되고, 나중에는 노원구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노원 휴먼라이브러리)에 강연자로도 나서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동네 독립서점은 지역주민과 협업하고 주변학교와 연계한 지역 활동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06

서점을 남다르게 운영한 비결이 무엇이었나요?


저 역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다가 '매출보다 개인의 성장'에 목표를 두자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이때부터 서점 안에서만 있지 않고 서점 밖과 소통하는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제 장기인 기획을 살려서 다음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일일 책방지기 운영(4일)

성심당 이야기 (책빵콘서트)

책임져 (책으로 소개팅)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Books & Beach (삼척 해변에서 책판매)

동네서점에만 있는 책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과 토크콘서트 / 졸업전시 장소 대여



07

이 중 가장 잘된 기획은 무엇이었나요?


민음사와 얘기해서 진행된 '동네서점에만 있는 책' 기획이었습니다. 보통 리커버 에디션(특별판)은 출판사가 대형서점과 계약해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습니다. 현실적으로 최소 1,000부 이상 매입 계약이 가능해야 특별판 기획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관례를 깨고 동네서점에만 살 수 있는 책을 역 기획한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소규모 동네서점에서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획이 아니었습니다. 전국 동네 서점 100개가 동참하더라도 최소 1개 서점에서 10부 이상을 매입해서 1,000부를 판매를 해야 가능한 기획입니다. 잘 나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도 처음에는 3부를 갖다 놓고 판매를 할 정도로 동네서점에서는 재고관리가 빠듯하고 중요한 상황에서 동네서점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국 각지 책방 연락처를 일일이 검색해 전화와 이메일을 돌리고 취지를 설명한 끝에 전국 동네서점 130곳에서 이 기획에 동참을 했고, 민음사에서 언론 보도 자료를 내면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크게 얻게 되었습니다. 동네서점에서만 김승옥 '무진기행',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리커버 에디션을 살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는 두 권을 한 달 새 3쇄 4,000부를 찍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렇게 신문 기사에 보도가 되면서 서점 홍보도 저절로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기획으로 서점에 수익이 크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 10부를 완판해도 한 권당 6,500원씩 하는 책 수익이 10%라고 하면 6,500원이니까요. 사실 돈보다 성장에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던 기획이었습니다.


* 자세한 기획 이야기는 김종원 님 브런치(51page)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08

이렇게 잘 나가는 서점을 갑자기 그만 둔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가족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주말에도 일하는 상황이 길어지자 아내가 무엇보다 지치고 힘들어했습니다. 그 다음 이유는 제가 직장 생활에서 누군가와 함께 연결해서 성과 내는 걸 더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점은 의사 결정을 혼자 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면서 '잘 나갈 때 그만두자'라고 하고 2017년 9월에 과감히 그만두었습니다.


*지금은 '51페이지'가 있었던 자리에 '책인감' 서점이 있습니다.



09

다시 회사로 돌아간 이후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서점을 넘기고 2017년 10월부터 리디북스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주말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직장에서 웹을 개발하고 오프라인 사업을 기획하고, 실제 서점을 운영해 본 다양한 경험이 회사 일로 연결되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회사로 돌아가서 다만 아쉬운 점은 주도권 있는 시간입니다. 이것이 삶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큰 아쉬움이고 내가 내 시간을 컨트롤하면서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었던 그 시간이 그립기도 합니다.



10

마지막으로 서점을 열고자 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서점을 하면서 성공했던 기획은 우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콘텐츠가 왜 성공했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꾸준한 작은 시도가 중요합니다. 서점은 트렌디한 업종이기 때문에 사회 현상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히려 어떤 분야보다 치열할 수 있습니다. 책만 좋아하시는 분보다 다양한 영역에 관심 있고 감각 있는 분이 더 맞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점 일이 생각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습니다.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


서점을 하면서 책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혼자 답하는 시간은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퇴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길을 가다 보니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퇴사가 죽을 만큼 힘들지 않습니다.
작은 시도가 나의 변화를 이끕니다.



월간서른 4월 모임과 함께 한 책은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입니다.

4월 모임에 도움 주신 분들

     - 영상 및 사진 : 나민규 실장님, 박기훈 님

     - 김 져니 작가님의 달력

     - 송은정 작가님의 책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월간서른은 '회사원' 이외에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위하고 있는 30대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입니다. 2018년 1월부터 매월 1회 모이고 있습니다.


[월간서른 5월 모임 신청하러 가기]

- 주제 : 취미가 직업이 되기까지

- 일시 : 5/30(수) 저녁 7시~10시

- 모집 마감 : 5/28(월)

- 장소 : 패스트파이브 신논현점 3층 라운지 (신논현역 5번 출구 도보 30초)

- 연사 : '송예진 가죽공방'의 송예진 대표님





글쓰는 IT보안전문가, 하누우리입니다. ‘보안인 행복한 책읽기 모임’, ‘월간서른’ 브런치 매거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소통과 공감하는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