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피 지망생 Oct 26. 2018

나답게 산다는 것

펑크 록 밴드 그린 데이(Green day)가 공연을 할 때마다 마지막 앵콜곡으로 부르는 노래가 있다.

‘Good riddance(time of life)’


이 노래가 나올 때면 광란의 도가니였던 공연장이 일순간 조용해지고 한 줄기 헤드라이트만이 보컬을 비춘다. 이때 빌리의 깊은 눈동자로부터 흘러나오는 노래(빌리는 노래를 눈으로도 부른다!!) 가사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마지막 두 줄은 나의 인생 가사라 할만하다.     


It's something unpredictable, but in the end it's alright

I hope you had the time of your life

예단할 수 없는 것이지만 결국은 그게 옳아요.

당신이 저와 함께한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메릴 로치의 책『인체 재활용』를 읽는데, 뜬금없이 이 노래 제목이 등장하길래 살짝 의아했다. 사연인즉슨, 요즘 미국의 영안실에서 의대생들이 시체 해부를 하기 전에 기증된 시체 앞에서 이 노래를 불러준다는 거다. 사실 이 노래는 빌리가 헤어진 여자 친구를 위해 쓴 노래인데, 어떻게 이 노래가 시체 해부를 앞둔 영안실에서 불리고 있는 걸까?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노래, 우리 인생사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렇게 해석해보면 어떨까?     


It's something unpredictable, but in the end it's alright

제가 당신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결국, 당신이 걸어온 길이 옳아요

I hope you had the time of your life

당신이 ‘당신의 삶’을 사셨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당신의 삶이라는 게 뭘까? 노래를 불러주는 주체와 노래를 듣는 객체를 바꿔보면 당신의 삶은 나의 삶이 된다. 나의 삶? 세상 떠나는 길에 누군가 ‘당신의 삶을 살았기를 바라요’ 라고 노래를 불러줄 때, ‘나는 나의 삶을 살다 갑니다’ 라고 답할 수 있는 나의 삶이란? 나는주저 없이 대답한다. 나답게 사는 삶이다.     


모든 꽃이 장미일 필요는 없다. 모든 꽃이 장미처럼 되려고 애를 쓰거나 장미처럼 생기지 않았다고 실망해서도 안 된다. 내 빛깔과 향기와 내 모습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 도종환, 『모두가 장미일 필요는 없다』中          


It's something unpredictable, but in the end it's alright

예단할 수 없지만결국 그게 옳다

이전 01화 나는 죽을 때까지 철들고 싶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