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SNS의 약자가 Social Network Service가 아니라 S(시간) N(낭비) S(서비스) 여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SNS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사람이 왜 SNS를 시작했는지 묻는다면 구차한 변명을 해보겠다.
혼자 살면 시간이 남아돈다. 남는 시간에 하루에 하나씩 사진을 찍어 짧은 글과 함께 인스타에 올리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이름하여 1 Day 1 Write 프로젝트.
처음 며칠 동안은 재미있었다. 사진 편집 어플만 활용하면 그럴듯한 작품이 뚝딱 완성됐다.페이스북도, 인스타도 해본 적 없던 나는 그저 모든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10일쯤 지나자 사진을 올린 후 핸드폰 상단에 뜨는 '좋아요' 알림에신경 쓰는 나를 발견했다. SNS를 시작하면 신경 쓰일 일이 많아진다던데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도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누군가에게 '뭘 하면 SNS에서 좋아요를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에 내가 좋아요라고 할만한 일을 찾으세요'라고 말했던 일은 까마득히 잊어버린 모양이다.
'1 Day 1 Write' 27일째. 이 날 올린 사진을 보며 느낀 소름 끼치는 사실로, 나는 그 자리에서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했다.
행복을 '전시'하는 삶. 내가 인스타그램에 중독된 사람들을 비판할 때 쓰던 표현처럼 난 사진 속에서행복을 전시하고 있었다.
지금 저 행복해요. 누가 날 좀 봐주세요.
사진은 분명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SNS에 행복을 전시하는 사람들은 딱 티가 난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수면 위에서는 유유히 떠다니지만 수면 아래서는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는 오리'같다고 생각했는데 나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느꼈을 때의 비루함이란. 그렇게 27일만에 나의 인스타는 휴지통으로 직행했다.
막상 인스타그램 앱을 삭제하고 보니 그동안 찍었던 사진이 아깝고 해서 브런치에 옮기는 바이다. 지금 보니 손발 오글거리는 사진이 몇 개 보인다. 역시 난 SNS랑은 안 맞나 보다. 하하
(덧붙임)
퍼거슨. 의문의 1승 축하!!
(당신 말이 또 맞았소ㅠ)
*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은 말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지금 이 순간도 그는 SNS로 인해 고통받는 지구 상의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의문의 n승을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