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너는 어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OLER Mar 12. 2017

당신을 아직 사랑하는 이유

너는 어때#16

"그 사람이 미운 수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 사람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기에.."




자유롭지 못한 구속에 얽메여 사랑을 갈구하는 우리들. 사랑을 하기 위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고등학교 때까지 목줄처럼 여겨졌던 부모님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개를 펼쳐보려 하지만, 신입생 환영회에서 눈에 들어온 동기에게 갓 떨쳐냈던 목줄을 내 스스로 걸고 조여달라 소망한다. 내 목이 조여와 핏대가 서고 다시 풀어줄 때의 희열을 잊지못해 수 차례 반복한다. 


그렇게 희미하게 새겨졋던 목줄의 흔적은 점차 파이고 핏물이 매친다. 이제는 조금만 움직여도 통증을 호소하며 짓어댄다. 그 상처가 아물어 강한 새살이 나기도 전에 목줄을 끊고 싶은 욕망이 먼저 피어난다. 요령도 피워가며 짜증도 섞어가며 어쩔땐 대놓고 칼로 자르려 덤벼들기도 한다. 이 기간을 버티지 못한다면 목줄을 놓던지 끊던지 어떻해서든 끝이 맺어진다. 

응고의 시간이 지나 새살이 돋아난다. 이 새살은 생각보다 강하다. 예전에 받았던 상처가 추억이 되고 사랑으로 맺어진다. 서로를 이해하고 더욱 견고한 믿음이 만들어진다. 목줄은 예전보다 헐거워 졌으며 목줄을 당기고 놓는 컨트롤도 점점 익숙해져가며 상대방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무리 느슨해졌다해도, 호흡이 잘 맞는 다 해도, 없는 것 보다는 못하다. 그리고 결국 새살도 벗겨지게 되어있다. 이렇게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끝이라고 착각하게 만든 결혼이라는 세계로 발을 디딘다. 


사랑을 무엇 보다 강렬하게 원하고 열정적으로 행하지만, 금방 순위 밖으로 밀릴 수 있다. 그리고 또 다시 0순위로 돌아온다. 이성이 아닌 마음으로 다가간 그 사람에게 '나' 라는 존재와 '너'를 객관적으로 따지고 이유를 들먹이며 재고 또 잰다.


결국엔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 '너'를 떠나보낸다. 언제나 시작과 끝은 감정이 앞서고, 그 과정은 이성이 앞서는 말도 안되는 시간을 '사랑' 이라고 한다. 

너와 호흡하며 상처받았던 말과 행동들이 눈물 섞인 미약한 숨소리와 함께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미안해" 라는 짧은 말로, 침묵을 머금은 내 입가가 다시 활기를 띄는 기적을 보게 된다. 이 기적을 매순간 볼 수 있다면 너와의 끝은 상상할 수 없게 된다. 그 사람의 진심을 알아 줄수 있는 마음이 아직 남아있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는 겁니다. 




HAN VOLER














매거진의 이전글 고독을 씻기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