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때가 온건가, 나에게는 오지 않을 줄 알았던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아등바등하면서 버텨보아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다다르면 무력함에 긴 숨이 쉬기 마련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너무 큰 숫자라서 어디에나 꼬리를 달고 다닌다.
술, 담배, 운동을 다 안 하는 3無주의자의 삶을 오랫동안 지속해 온 건 나름의 건강에 대한 경각심과 게으름의 절묘한 배합의 결과라 할 만하다. 일단은 맛으로 보면 술이 맛있나? 담배가 맛있나? 인생사에서 굳이 맛없는 두 개를 해가면서 까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특별히 건강이나 노후 이후를 생각했다기 보다면 1차원적 이유, 두 개는 맛이 없다. 운동에 대한 신념도 자기 합리화의 끝판왕이라 할만하다. 과도한 운동은 유해산소를 발생해서 노화를 촉진한다는 나름의 과학적 근거 때문에 운동을 삼가는 건 아니다. 1% 정도 이유의 성분이 될 수는 있겠다. 나머지 99%는 게으름에 충실히 몸을 맡긴 덕이다.
모르긴 몰라도 3無운동 덕이 크지 싶은데 반백년 가까이를 살면서 크게 아프거나 힘든 적 없고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소리를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살았다. 동안이고 나잇살도 별로 없는 편이라서 자기 관리가 철저해 보이는데 사실은 유전적인 면이 7할이고 나머지는 생활습관인 듯하다. 대학 때 이후로 몸무게가 5Kg 내외로 움직이지 않았고 염색하지 않고 살고 다초점 안경을 아직은 쓰지 않으며 치과에 임플란트 안 하는 걸 위안 삼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TV 영양제 광고에 대상들의 증상들, 자도 자도 피곤하고 어깨가 뻐근하고 머리도 아프고 피부도 푸석하고 등등 한마디로 나이를 실감하다가 버티기를 그만두고 영양제를 샀다.
약으로 체력을 회복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제는 먹어도 되는, 아니 먹어줘야 한다는 주변의 이야기와 몸이 말하는 소리를 경청한 이유다. 천둥 번개가 요란한 토요일 오후 보령약국에 가서 '비*스'을 구매했다. 이제 약을 꾸준히 1알씩 먹어야 한다. 먹기 전과 후가 별 차이가 없기를 바란다.
그래야 운동을 가볍게라도 시작할 테니 말이다.
#hanxs #노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