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루처럼 옴짝달싹 못하는 자동차 옆으로 유유히 비껴가는 버스 광고판에 카피가 보였다. '당신이 있어서 헨복합니다'. 행복일 아니고 '헨'복 하다고? 의문은 금세 해결됐다. 앞서가는 버스 뒤쪽에 문구의 주인공 연예인이 보였다. 요즘 다재다능한 능력으로 핫하게 잘 나가는 연예인 헨리였다. 자연스럽게 광고가 아닌 생일 축하 메시지란 걸 알았다. 근래에 펜들이 보는 다양한 선물 조공품 중에 하나다. 시대가 변하니 선물도 다양해졌다.
며칠 전은 내 생일이었다. 생일 전 날 걸려온 전화, '내일이 네 생일인데 혹시 잊고 못할까 봐 먼저 전화를 했다'는 늙은 어미의 통화에 코끝이 아리면서도 고마웠다. 생일 당일에는 가깝게는 대학 동창을 비롯해서 일로 알게 된 인사들까지 다양한 범위의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대부분은 메시지로 받은 축하였고 옛날 사람인 어머니의 전화가 유일했다.
전화로 받는 생일 축하가 요즘은 참 드물다. 만남은 더 드물다. 생일 축하의 방식이 많이 달라졌는데 일등공신이 메신저다. 메신저 이전에는 친분 있는 지인들의 직접적인 '당김(Pull)' 생일이었다면 이제는 '밀어냄(Push)'되는 날이다. 요즘에 종이 달력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치고 생일을 기억하는 세대는 옛날 사람 취급받는다. 디지털 달력에 등록을 하면 알람해 준다. 더 쉽게는 메신저에서 오늘 생일인 친구를 따로 모아서 보여준다. 이름 옆에 생일 케이크와 초가 꽂아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사용하는 메신저를 통해 지인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강제로 생일을 인지한다.
인지의 범위가 상상을 벗어나기도 한다. 10년 넘게 혹은 까마득한 기억의 지인이라 전화번호만으로 존재하던 사람에게 축하를 받기도 하고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지인에게서 '생선(생일선물)'을 받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몇 번의 터치만 하면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서 마음을 전한다.
진심 듬뿍이든 인사성이든 축하하는 마음을 키보드 자판을 전하는 행위도 저절로 되는 건 아니다. 생일 축하에 누가 누가 더 충성하는지 선명선 경쟁하는 일은 무의미 하지만 그래도 시절의 편리성이 앗아간 무엇이 바로 진정성이나 따뜻한 감성이라면 아쉬운 건 사실이다.
선물 보관함에 쌓인 커피와 케이크는 뿌듯하면서 한편으로 허전했다. 편리함(函)을 이용한 선물이 담지 못한 것이 없지는 않은지 하는 기우다. 0과 1로 대변되는 디지털 선물의 장점인 빠르고 편리한 가상의 재화가 넘쳐날수록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물건은 '희소성'을 갖는다. 디지털로 보내온 선물은 고맙게도 커피와 케이크가 주종을 이뤘다. 무난하고 받는 사람도 특별히 호불호가 없는 선물이다. 고맙지만 한 가지 아쉬움은 여전했다. 빨간색 리본이 달린 상자에 담긴 만년필 한 자루와 담담한 축하 편지가 주는 아날로그의 감성이다.
디지털 감각은 짧고 아날로그 감성은 길다.
#hanxs #생일선물 #생선 #좋은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