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나라에 원래 살던 동물 친구들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본 적 있나요?
길에서 자주 보는 비둘기나 개, 고양이 말고, 정말 오래전부터 이 땅에서 살아온 진짜 우리 이웃들 말입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정말 많은 토종 동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친구들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어떤 동물들은 아예 모습을 감춰버렸고, 어떤 동물들은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요즘 들어 이런 토종 동물들을 다시 우리 곁으로 불러오려는 멋진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정말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네 친구들을 만나볼 것입니다. 바로 토종여우, 저어새, 산양, 그리고 낭비둘기입니다.
먼저 토종여우 이야기부터 들어볼까요? 여러분은 여우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아마 동화책에 나오는 영리하고 약간 교활한 동물을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토종여우는 그런 이미지와는 좀 다릅니다. 한국의 토종여우는 붉은여우의 한 종류로, 예전에는 우리나라 곳곳의 산과 들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녔습니다. 이 친구들은 주로 쥐나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으면서 자연의 균형을 맞춰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농부 아저씨들에게는 농작물을 망치는 쥐들을 잡아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정부에서 '쥐잡기 운동'이라는 것을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에 쥐들이 너무 많아져서 농작물 피해가 정말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쥐를 잡는 모든 동물들을 보호하고 늘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큰 실수가 일어났습니다. 사람들이 토종여우와 쥐를 잡아먹는 다른 동물들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쥐잡기 운동을 하면서 쥐약이 든 먹이를 많이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쥐약은 쥐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쥐약을 먹은 동물, 그리고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은 동물까지 죽인 다는 점입니다. 쥐약을 먹고 죽은 쥐와 먹이를 여우들이 먹게 되면서,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여우들까지 죽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도시와 공장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여우들이 살던 서식처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토종여우를 볼 수 없게 되었고 결국 멸종의 단계에 접어 들었습니다.
따라서 2010년대부터 환경부와 여러 연구소에서 힘을 합쳐 토종여우를 다시 살려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에서 우리나라 토종여우와 가장 비슷한 여우들을 데려와서 새끼를 낳게 하고, 자연으로 다시 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소백산에 처음으로 여우들을 보낸 이후로, 지금은 소백산과 지리산에서 토종여우들이 다시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아직 개체수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70년 만에 우리 산에서 다시 여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의미 있는 일입니다. 토종여우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가르쳐줍니다. 좋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도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실수를 인정하고 이를 고치려고 계속 노력하면,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도 보여줍니다.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친구, 저어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어새는 정말 특별한 새입니다. 우선 생김새부터가 독특합니다. 주걱처럼 넓적한 부리를 가지고 있어서 '주걱부리'라고도 불립니다. 이 부리는 숟가락을 닮기도 해서 저어새의 영어이름은 “Black-faced spoon bill (직역하면 검은 얼굴의 숟가락 부리)” 입니다. 이 신기한 부리로 물속에서 좌우로 저으면서 작은 물고기나 새우 같은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저어새는 전 세계적으로도 정말 희귀한 새입니다. 전체가 5,000마리도 안 될 정도로 적어서,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한 새가 바로 우리나라와 아주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어새들은 주로 중국 동북부와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고,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이사를 갑니다. 이때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 갯벌을 아주 중요한 쉼터와 겨울 서식지로 이용합니다. 특히 인천의 송도갯벌, 강화도 갯벌, 그리고 전남 순천만 갯벌 등은 저어새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곳입니다. 갯벌은 저어새들에게 맛있는 음식이 가득한 천연 뷔페 같은 곳입니다. 갯벌에는 갯지렁이, 조개, 작은 게, 새우 등 저어새들이 좋아하는 먹이들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갯벌의 부드러운 진흙은 저어새들이 쉬기에도 딱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저어새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것이 항상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갯벌들이 메워져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 중 상당 부분이 공장을 짓거나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매립되어 메워졌습니다.갯벌이 사라지면서 저어새들은 먹이를 구하고 쉴 곳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일부 저어새들은 영양실조로 죽기도 했고, 새끼를 성공적으로 기를 확률도 떨어졌습니다. 전 세계 저어새 개수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갯벌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갯벌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갯벌을 지키려는 노력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순천만이 람사르협약 습지로 정해졌고, 강화도 갯벌과 인천 갯벌도 보호구역이 되었습니다. 또한 시민단체와 연구자들이 함께 협력해서 저어새 개수를 세어보고 서식지를 지키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정말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찾는 저어새 개수가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1년에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저어새가 3,000마리를 넘어서면서, 전 세계 저어새의 절반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저어새 이야기는 우리에게 나라를 넘나드는 환경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줍니다. 저어새 한 마리가 살아가려면 새끼를 기르는 중국과 러시아, 중간에 쉬어가는 우리나라, 그리고 겨울을 나는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가 함께 도와야 합니다. 한 나라에서만 노력해서는 저어새를 지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는 이어서 산양과 낭비둘기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