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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한이 Feb 08. 2021

비장애 형제자매의 약속

약속에대한 부담감

"우리 이번 주말 3시에 부평 분수대에서 보자!"

"아... 보고!"

"얘는 맨날 이러네, 너랑 약속잡기가 참 어렵다 어려워~"


  10대를 지나 20대 후반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은 것이 딱 하나 있다면 '약속을 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다. "이번 주말 어때?"도 힘들지만 제일 곤혹스러운 건 "오늘 저녁에 놀자!" 이다.

 갑자기 잡는 약속은 오매불망 내가 하교하길 기다리는 부모님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혹시 약속 잡는 것을 싫어하는 건 집순이 성향 아니냐고? 정말 아니다. 집순이는커녕 왁자지껄한 술자리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다. 난 요즘 유행하는 MBTI성향 중 ENFP이기도 하다. 약속을 잡고 집을 나서면 부모님의 아쉬운 소리를 애써 뒤로하며 나가 놀았다. 결국 집에서는 늙지 않는 피터팬같은 오빠와 그런 오빠를 돌보는 부모님이 집에 남게 된다. 약속을 잡고 나가면 부모님만이 오빠를 보호하느라 힘들어하며 또다른 보호자인 나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 부모님을 저버리고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은 일종의 배신이라고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오빠를 돌봐줄 수 있는 내가 바로 하교하면 부모님은 그 사이에 10분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을 텐데...

 알지만 놀고 싶다. 나는 불효녀인가?


이런 고민을 가진 비장애 형제자매들이 많다.


 최근에는 물어보살에 나온 사연자도 이와 비슷한 사정을 지녔다. 사연자는 동생을 두고 결혼할 생각에 막막해하고 있었다. 뇌성마비인 동생을 돌보는 가족들이 있지만 결혼 계획이 있는 사연자는 몸이 불편한 동생과 부모님을 걱정하고 있었다.

 이 분도 학창 시절에 집에 있을 동생을 생각하며 자유롭게 약속을 잡는 것에 제약이 있었을 거라 생각이 된다.

가족이니까, 돌봐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MBN

인간은 자유로워지고 싶어 한다.


근데 왜이렇게 어려울까?


부모님도, 비장애 형제자매들도, 장애 형제도, 모두가 자유롭게 살고 싶다.

하지만 자유로워지려면 현재 환경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비장애가족만큼은 아니더라도 본인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최대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혼자가아닌 함께 자유롭게 날아가기 위해 애쓰는 것이 어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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