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피는 꽃, 사진: 한 율(코레아트)시간이 걸려 피고 지다 끝내 산에 걸릴 노을은
단풍처럼 붉게 물들어 늦은 가을에서야 피는 꽃
제법 서늘해진 어느 가을날 검은 밤
너무 멀어진 거리 위에는 작은 초승달
간격이 벌어진 낱말들은 반짝이질 못하고
감정에 가려진 추억들은 빛을 잃은 지 오래
그렇게 별을 사랑하는 법마저 잊어버리니
정처 없이 걷다 발에 치이는 건 작은 돌멩이
기억 속 발자국은 사그락거리다
두텁게 깔린 낙엽 아래로 사그라들고
우리의 기억도 이젠 각자의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빛깔로 휘날리며 맞이할 이번 겨울
빗장을 채우듯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을 닫으려 하니
밤바람을 타고 와 조용히 내려앉은 가을에 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