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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푸레한 꿈

by 한 율
사진: bbbbangtae, 편집: 한 율

소중한 기억들은 너무나도 짧았습니다.

솔직히 잘은 몰라요 흘려버려서 어디에 있는지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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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깨달았을 땐 말이죠 선생님 이미 늦은 거겠죠

그런데 스페이스바를 눌러 억지로 길 게 늘려서라도

근데 그러면 혹시 화질이 깨져 흐릿하게 보이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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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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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렇다고 벌써부터 자리에서 일어나시려 하지 마시고 조금만 더 들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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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고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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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요. 제 말을 일단 끝까지 꼭 들어봐 주세요. 선생님은 분명히 답을 알고 계신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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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요? 선생님은 꼭 알고 계셔야만 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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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건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 못 찾아요 혼자 살아가면서는 다시 되찾을 방법이 없어요 죄송해요 감정이 너무 복받치면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꽉 깨물어도 하염없이 눈물이 새어 나와요 괜찮아요 그냥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이런 얘기 솔직히 어디서도 못했거든요 그저 가끔 생각날 때면 넓게 펼쳐진 풍경처럼 잠시나마 그 안으로 달려가고 싶은데 말이죠 현실은 내 마음 같지 않아 쉽지 않네요 흘러간 세월에 씻기면 말로 꺼낼 수 없을 만큼 희미해져서 맞아요 그렇게 소중한 걸 어떻게 잊어버렸을까요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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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혹은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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