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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디 에센셜 - 한강, 다르기 때문에 더 소중한

나는 누구를 채워주며 살고 있을까?

by Oh haoh 오하오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한강 작가의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노벨상을 받은 작품이 궁금하기도 했다. 특히 번역되지 않은 노벨상 작가의 책을 볼 수 있다는 특권은 누려야만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메인은 희랍어 시간이라는 장편 소설이다. 그리고 단편소설, 시, 수필이 같이 있다.


처음에는 맛있는 음식을 입안에 오래 남기고 싶은 것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곱씹으면서 글을 읽었다. 노벨상 작가의 글을 천천히 모두 씹어 먹어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렇게 읽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결국 다 읽어보지 못하고 체할까 싶었다.


그래서 1/4 정도 되는 부분부터는 조금 빠른 속도로 읽었다. 완독이 목표가 된 것이다.


이 책은 특히 비유적인 표현이 좋다. 큰 알갱이 안에 있는 작은 마카다미아처럼 아주 많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쌓인 작은 핵심 낱말이 있다. 이런 비유적인 표현을 처음에는 머릿속에 상상하면서 천천히 읽어 갔던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알맹이만 읽은 것이다.


[희랍어 인간의 내용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음.]


이글의 초반에는 화자가 바뀌면서 내용을 풀어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여자 주인공과 희랍어 선생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장면부터는 흥미로웠다.


눈이 어두운 희랍어 선생님이 계단으로 넘어지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여자 주인공이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후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좋은 관계가 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좋다.


아마도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과학과 수학 관련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소설책도 과학이나 우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을 주로 읽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문학책을 읽어서 좋았다.


시로 이루어진 소설, 아마도 다시 읽는다면 이해를 더 잘할 것 같긴 한데, 몇 년 뒤 다시 도전해 보아야겠다.


되새기고 싶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엇인가를 읽으면 다른 무엇인가를 얻게 된다는 명제가 참이라고 가정할 때, 당신을 잃음으로써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보이는 세계를 이제 잃음으로써 무엇을 얻게 될 것인지…'


'희랍어에서, ‘수난을 겪다’는 뜻의 동사와 ‘배워 깨닫다’는 뜻의 동사는 비슷하다.'


'할머닌 엄마가 웃으면 좋아하잖아.-- 힘든 일이 있어도 빨리 회복하자. 내가 웃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희랍어 인간을 읽고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멋진 사람, 그리고 자기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어쩌면 누군가를 진정 만나기 위해서는 강점보다 약점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약점을 너무 힘들게 감출 필요는 없다.


뒤쪽 수필도 있는데, 인상 깊은 표현이 하나 있다. 가족과 함께한 예전 사진을 보면서 생각하는 장면이다. 그 사진을 찍기 전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을지 생각한다.


나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보면 비슷한 것을 느낀다. 예를 들면 지각한 학생을 보면 이 학생이 학교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을지 생각한다. 집에 어른 없이 혼자 준비했을까? 아침은 먹었을까? 잠은 잘 잘 잤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아이를 뭐라 하기 어렵다.


이는 SNS에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보는 것의 위험이기도 하다.


행복해 보이고 부러운 사진 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


우리가 자기 자신을 볼 때는 적분처럼 전체를 보지만, 다른 사람의 사진을 볼 때는 순간적인 미분만을 본다. 그래서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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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로부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아왔는지 생각해 본다.


나는 누군가의 부족한 부분을 얼마나 채워주고 있는지도 생각해 본다.


친구와 가족이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다.


때로는 다른 사람의 부족한 부분을 잔소리하지 말고 채워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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