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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haoh 오하오 Jun 09. 2023

수의 번역

숫자는 번역이 필요한 언어다

숫자는 편하다. 만국 공통 언어다.


 나는 영어를 잘 모르지만, 영어권 나라에 가서 수를 읽을 수는 있다. 굳이 영어가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에 가서도 수를 읽을 수는 있다. 가게에 가서 물건의 가격을 알 수 있다. (환율정도는 계산할 수 있다.) 수학은 모든 나라의 공통언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의 공통 언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셀 수 없는 것이 있을까? 모두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이 수학이라는 언어의 장점이다. 우리는 이를 수학의 추상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으로 우리는 수를 사용하면서 그 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곳에 수가 있어서 그 차이를 느끼지 않고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100만은 큰 수이다. 1억 도 큰 수이다. 그러나 표기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두 수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실제보다는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큰 수가 정말로 얼마나 큰 수인지는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어린아이들의 대화에서도 억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은 그 수가 얼마나 큰 지 모르고 그냥 쓰는 것이 틀림없다. 우선 1억 원은 조금 감이 온다.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고급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다. 이 정도의 큰 수는 돈으로 생각하면 편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딸기 1억 개는 감이 오는가?

쫌 많은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바구니가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딸기 1 상자에 50개 정도 있다고 해보자. 그럼 200만 개의 상자가 있어야 한다.

매일 1 상자씩 먹어도 5천 년 보다 많이 걸린다. 고조선 때부터 매일 1 상자씩 먹어도 700년 후까지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럼 딸기 100만 개는 어떨까? 물론 큰 수이다. 그래도 매일 1 상자씩 먹으면 55년이 걸리질 않는다.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다.

 

우리는 1억 원을 느낄 수 있어서 1억 개의 물건도 비슷하게 큰 정도로 느낀다. 100만도 큰 수 이기 때문에 우리는 1억과 100만을 큰 수라는 같은 그룹에 넣어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위보다는 수 자체에 대한 느낌을 비슷하게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큰 수(아주 작은 수도 마찬가지다. 분수와 소수도 느끼기를 어려워한다.)를 설명할 때에는 사람이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스케일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수의 번역이다. 수도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번역이 필요하다.


우리는 알파벳만 알면서 영어를 안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숫자만 알면서 수를 안다고 착각한다.


수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야 한다. 이것은 예의다.  

‘넘버스 스틱’이라는 책은 이러한 것을 잘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숫자를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는 기술이 적혀 있다. 부분적으로는 억지도 있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의도는 하나다. 


사람들은 큰 수를 크다고 느낀다. 그러나 얼마나 큰지는 느끼지 못한다. 

 

숫자는 번역이 필요한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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