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번역이 필요한 언어다
나는 영어를 잘 모르지만, 영어권 나라에 가서 수를 읽을 수는 있다. 굳이 영어가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에 가서도 수를 읽을 수는 있다. 가게에 가서 물건의 가격을 알 수 있다. (환율정도는 계산할 수 있다.) 수학은 모든 나라의 공통언어일 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의 공통 언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셀 수 없는 것이 있을까? 모두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이것이 수학이라는 언어의 장점이다. 우리는 이를 수학의 추상성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으로 우리는 수를 사용하면서 그 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곳에 수가 있어서 그 차이를 느끼지 않고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100만은 큰 수이다. 1억 도 큰 수이다. 그러나 표기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두 수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실제보다는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큰 수가 정말로 얼마나 큰 수인지는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어린아이들의 대화에서도 억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아이들은 그 수가 얼마나 큰 지 모르고 그냥 쓰는 것이 틀림없다. 우선 1억 원은 조금 감이 온다. 집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고급 자동차를 살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다. 이 정도의 큰 수는 돈으로 생각하면 편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딸기 1억 개는 감이 오는가?
쫌 많은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바구니가 필요할지 아무도 모른다. 딸기 1 상자에 50개 정도 있다고 해보자. 그럼 200만 개의 상자가 있어야 한다.
그럼 딸기 100만 개는 어떨까? 물론 큰 수이다. 그래도 매일 1 상자씩 먹으면 55년이 걸리질 않는다. 사람이라면 도전해 볼 수 있다.
우리는 1억 원을 느낄 수 있어서 1억 개의 물건도 비슷하게 큰 정도로 느낀다. 100만도 큰 수 이기 때문에 우리는 1억과 100만을 큰 수라는 같은 그룹에 넣어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위보다는 수 자체에 대한 느낌을 비슷하게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큰 수(아주 작은 수도 마찬가지다. 분수와 소수도 느끼기를 어려워한다.)를 설명할 때에는 사람이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스케일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수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해야 한다. 이것은 예의다.
‘넘버스 스틱’이라는 책은 이러한 것을 잘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숫자를 사람들에게 잘 설명하는 기술이 적혀 있다. 부분적으로는 억지도 있고,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의도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