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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 haoh 오하오 Jun 12. 2023

헐렁 바지와 공작새

행복의 조건은?

나에게는 헐렁 바지가 있다. 아주 멋지다. 그러나 불편하다.

 

입으면 몇 분 후에 바지가 골반에 걸쳐진다. 

 

이미 산 바지이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다.(매몰 비용의 오류를 생각하면 된다. 사용한 돈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편한 것이 더 좋은 판단이다.) 

 

그러나 공작새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입어 본다. 공작새는 저 큰 깃털을 왜 달고 있는가?

 

활동을 많이 하지 않는 날. 앉아서 일을 하거나 놀 때는 헐렁 바지를 입어 보려고 한다. 

 

그러나 내가 불편한 헐렁 바지를 입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동물에게는 간혹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편한 헐렁 바지를 입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일부러 불편하게 하는 것이 능력이다. 스스로 핸디캡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아주 건강하여서 이 정도의 불편함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다.>  

집게다리 하나가 아주 큰 농게. 이동하고 날기 불편하지만 화려한 공작새의 커다란 깃털, 사슴의 멋진 뿔. 

 

아주 불편하지만 진화론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이성에게 인기가 많거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자기의 유전자를 후대에 계속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은 어떨까? 

 

젊을 때는 불편해도 아름다운 것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본능뿐만 아니라. 첫인상도 워낙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아름다움보다 편리함을 찾게 되었다.

 

이건 나이가 들었다는 하나의 신호일까?

 

아니면 겉모습이 아니라 더 소중한 것을 보는 눈이 생겼다는 신호일까?

 

헐렁 바지를 입으며 진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버트런드 러셀은 행복의 조건은 결핍이라고 했다. 


힘들고 부족한 것을 겪어야 행복함을 아는 것이다. 불편한 헐렁 바지를 벗을 때면 난 행복함을 느낄 것이다. 

 

불편함에 불만을 가지지 말고 이겨낼 힘이 있어 다가오는 것으로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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