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평면도형의 이동 관련 용어에 대한 고찰 - 홍갑주
수학을 배울 때 수학적 개념이 아닌 일상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학습에 도움을 줄까?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존에 알고 있는 사실과 연결 지어 가르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일단 먼저 약속을 한 다음 익히게 하는 것이다.
파파야라는 과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경우를 보자.
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그 사람이 알고 있는 과일 중에서 파파야와 제일 비슷한 것과 연결 지어 다른 점을 설명하는 것이다. '파파야는 참외나 멜론, 망고처럼 생겼어.'
아니면 파파야가 무엇인지 바로 가르쳐 주는 경우이다. '열대 과일이야. 모양이 길쭉하고 통통해. 주황색 과육이 있어.'
어떤 방법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적절한 비유를 찾는다면 관련지어 설명하는 것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수학에서는 어떨까?
수학은 알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모르는 것을 이끌어내는 연결성이 강한 학문이다.
그래서 수학은 학생들이 알고 있는 것과 연결 지어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 물론 다른 과목도 연결 지어 배우는 것이 학습 효과도 좋다. 쾰러의 ARCS 이론에 따르면 연결 지어 배우는 것이 더욱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이라고도 했다.
곱셈은 덧셈과 연결 짓고, 나눗셈은 뺄셈 곱셈과 연결 지어 배운다. 그러나 그 개념이 수학적인 개념과 연결 짓기 어려운 처음 나오는 경우에는 일상생활과 연결 지어 배울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1학년이 1부터 5까지 배우는 경우 생활 속에서 수를 사용한 경험을 떠올린다. 삼각형을 처음 배우는 경우 생활 속에서 세모 모양을 찾아본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용어와 수학적 개념의 차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그 차이를 메꿔 줄 수 있는 적절한 비유가 존재할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상용어를 수학시간에 사용하는 것이 결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을 도울 수 있을까?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논문은 여기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른들은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생각하지 않고 쓰고 있는 용어들이 아이들에게도 익숙할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평행이동, 대칭이동, 회전이동을 배운다. 이 용어가 처음에는 어렵다. 이 용어가 무엇인지 바로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일상생활 속 용어와 관련짓는 것이 좋을까? 관련짓는 다면 적절한 용어는 무엇이 있을까?
현재 교과서에서는 밀기, 뒤집기, 돌리기를 사용하고 있다. 평행이동, 대칭이동, 회전이동을 배운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처음 배우는 아이의 입장에서는 밀기와 평행이동을 쉽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 뒤집기와 돌리기를 구분할 수 있을까?
누위 있는 아이에게 몸을 뒤집으라는 말과 몸을 돌려보라는 말을 했을 경우 다른 행동을 할까?
교과서에서는 뒤집기라고 하면 바로 누워있는 사람에게 엎드리라는 뜻이다. 돌리라는 말은 시곗바늘처럼 몸이 방향을 바꾸어라는 뜻이다.
아이들에게 제한 없이 다양한 만들기와 퍼즐 같은 활동을 하면서, 도형을 뒤집어 보고 돌려보라는 활동을 한 이후 그런 다양한 동작 중에서 대칭이동의 경우만을 뒤집기로, 회전이동의 경우를 돌리기로 약속한다. 이 방법이 Dienes가 제시한 구성의 원리를 고려하면 더 바람직하다고 소개한다.
이 논문에는 밀기, 돌리기, 뒤집기 대한 더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있다.(뒤집기를 마지막에 쓴 이유를 맞추어 보라! 이 논문에 답이 있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다른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오해도 생긴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적절한 비유 즉, 시적 수학이 필요하다.
인간과 수학의 공통점은 약속(정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