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놀이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아이들이 세상에 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놀이운동가 편해문씨의 말에 의하면 아이들은 놀기 위해서 세상에 온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참 명언이다 싶었거든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동네 아이들과 해가 질때까지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깜깜해질 때까지 안들어가고 놀고 있으면 가끔씩 엄마가 나오시곤 했어요. 밥먹으러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서야 옷에 묻은 흙을 털면서 집으로 향하곤 했습니다.
장난감이 별로 없더라도 동네 친구들과 다같이 정겹게 어울려 놀았던 그시절, 그땐 정말 다양한 놀이들을 하면서 놀았습니다. 얼음땡이나 땅따먹기, 술래잡기, 우리집에 왜 왔니, 오징어, 말뚝박기, 흙놀이,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등등. 뭐가 그렇게 재밌었는지, 신나게 뛰어놀았던 기억들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아련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부모님과 상호작용하며 살갑게 놀지는 못했더라도 밖에만 나가면 골목이나 놀이터에 늘 놀아줄 친구들이 있었죠.
요즘 아이들은 코로나이후 더 그렇게 되었지만,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놀이터에 친구들이 별로 없습니다. 집에서 학습지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많아도 밖에나가 마음껏 놀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너무 어려서부터 학습지에, 학원에, 스마트폰에 놀이를 빼앗겨버린 것 같아서 안타깝습다. 아이들이 놀 친구들이 없어서 학원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현실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존재이유인데 말이죠.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건 놀이다.
호모루덴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문명사학자인 호이징하가 한 말로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인간이 놀이를 했기 때문에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이야기합니다. 놀이는 우리 인간의 문화를 만든 가장 중요한 본능이자 삶 자체라는 것입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놀이는 존재이유입니다. 존재이유라는 건 놀이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놀이는 타고난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핀란드, 독일, 이스라엘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의 아이들은 알파벳이나 간단한 덧셈, 뺄셈조차 익히지 않고 학교에 입학합니다. 유치원에서 글자나 숫자를 가르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들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글자나 수를 포함해 어떤 학습도 시키지 않습니다. 취학전 아이들은 뇌 발달과정으로 볼 때 학습보다 놀이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부모의 교육열과 기대에 너무나 일찍 사교육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어린 시기에 두뇌를 개발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가 남보다 똑똑했으면 좋겠고, 남보다 빨리 움직이면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래서 놀이 보다는 학습을 위한 교구들을 사들이고, 지능을 키울 수 있는 좀더 학습적인 활동에 관심을 갖습니다. '남들 다 하는건데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두뇌개발을 위해 무언가 하나라도 더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조기교육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연구결과들은 오히려 과도한 조기학습이 아이의 두뇌개발이나 필요한 발달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뇌발달 단계를 고려할 때 정서가 발달해야할 시기에 학습을 시작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 서유헌 원장남은 자녀교육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남보다 먼저 하면 망합니다. 뇌가 발달하기 전에 가르치면 망해요. 오히려 뇌가 망가져요." 유아기의 과도학 학습이 오히려 뇌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놀지 못한 아이들은 댓가를 치루게 됩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합니다. 놀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놀이로 상호작용하면서 사회성이 길러집니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놀이를 많이 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창의력 뿐만 아니라 집중력, 문제해결력, 감정조절력, 공감능력, 사회성, 인지능력 등이 향상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학습 보다 '놀이'라는 걸 기억해봤으면 합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hapi2000/41
https://brunch.co.kr/@hapi20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