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여니 비가 사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가슴이 빗금으로 쓸려간다
나는 슬퍼선 안 되는 사람이야
슬프기 시작하면 쉽게 축축해져
무섭도록 무거워지고 손쉽게 바닥으로 떨어져
침대 위를 뒹굴며 이불을 걷어 차
툭하고 떨어지는 이불은 슬픔 같다
너는 어떤 사람 네가 좋아하는 건 무엇
아무 대답 없이 서있는 네가 밉다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던 거지
마음의 방향이 틀렸던 거겠지
가만히 있어도 빛나는 사람
네가 웃으면 한낮의 태양 같았다
축축해질 새 없이 나는 뽀송하게 말랐다
바닥에 뒹굴 새 없이 하늘로 떠올랐지
눈을 감아도 그려지는 얼굴이 무겁다
색채를 모조리 빼앗겨 명암 밖에 남지 않은
원망으로 떨어진 마음에 피어난 것이 사랑이라니
네게 닿지 않을 모순적인 감사를 보낸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하지
일상이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하길
이로써 마음을 수습하고
감정을 정리하며 비 오는 오늘을 마무리해
축축해진 나를 털고 일어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