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해야 할까 정말 많은 시간을 고민합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어떤 말로 전해야 할까, 어떤 문장을 써야 할까, 어떤 어조로 말해야 할까, 떨리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이 휩쓰는 시간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정성스레 편지를 쓰는 일은 처음입니다.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 갈 때마다 다른 더 나은 단어들이 편지지 아래에서 떠오릅니다. 표현하는 일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몸에 새겨지는 시간입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입니다. 첫눈치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출근길이 걱정되어 문자를 보내볼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다 휴대전화를 덮었습니다.
온 신경이 하루 종일 휴대전화에 가있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무작정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내 몸을 통과하도록 그렇게 기다렸습니다. 시계의 회전 역시 그렇게 두었습니다. 연락이 부담스러울까, 연락이 혹시나 마음에 들지 않을까, 연락이 당신의 시간을 방해하진 않을까. 되려 그런 생각도 했습니다. 차라리 한 번의 연락으로 온 마음이 흔들렸으면! 내 생각으로 잠시나마 당신의 시간을 점유했으면.
올해도 첫눈을 혼자 맞습니다. 달라진 건 누군가 마음에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 그 부피가 점점 커다래지며 심장을 아리게 누르고 있다는 것. 첫눈이 기쁘면서도, 내리는 눈에 닿는 살갗이 아픕니다. 아픈 건 내 감정일까요. 수많은 마음속에서 마음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이 힘든 하루입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참고 기다립니다. 언젠가 온전히 이 편지가 전달될 수 있는 날을, 그날은 모든 감정의 해방날이겠지요.
시간이 아주 조용하게 흐릅니다. 그래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많은 생각과 충동과 유의미한 행동의 충돌을 막고 참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마음에 한 순간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당신의 시간을 점유할 수 없음도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는 잘나지도, 말을 잘하지도 않으니까요.
누군가에게 이렇게 간절한 마음을 품어본 적이 없어서 더더욱 힘이 듭니다. 살면서 이렇게 간절해본 적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늘 순탄했던 건 아니지만 애착이란 것을 가지고 절실하게 기도해 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내내 얼굴이 뜨겁습니다. 겁이 나기도 밀어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가까워지고 싶지만 멀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마음은 일방향이 아닌 양방향이고 무엇보다 당신의 마음을 위하는 게 최선이라고 믿으니까.
지금의 감정은 순수합니다. 순전하지요. 무엇보다 당신이 있는 곳이 편안하고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졌으니까, 내 마음을 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기다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