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 한 마리 9900원 현수막이 나부끼는 월성 수산 이 층 수조 파란 바닥
앞서 간 선조처럼 날기를 거부한 채
일률적으로 태어나 일괄적으로 이곳에 들어찼다
익숙한 바닥에서 값어치 오른 적 없는 양식산으로 죽어가기로 한 곳
평생 자연산 한 번 이겨본 적 없고
뒤집혀 날고 있는 우럭보다 비쌀 것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살아왔는데
밖에서 나부끼는 현수막처럼 나풀거리다 죽을 자기 효능감 없는 신세
평생 곁눈질로 앞을 살피다 돌아간 안구구조는
물과 유리와 공기의 굴절로 비쳐 들어오는 하늘을 더욱 빛나게 하고
불쑥 내민 모르는 사람의 신선도를 묻는 물음 한 번을 더욱 크게 만든다
함부로 배를 뒤집어 까보이는 무뢰와 양식이라
출신성분은 확실하다는 주인장의 직함에 충실한 무례에
필사의 날갯짓을 펼쳐도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주방장의 능률적인 손놀림 한 번에 두 눈을 두어 번 깜빡이니
등뼈만 남은 채 검은 냄비에 들어앉고 세장 뜨기로 저며지는 살들을 보며
미처 다 먹지 못한 밥 한술이 생각나 뻥 뚫린 가슴이 벌렁 인다
도마 옆으로 흩날린 주마등은 담수에 씻겨 나가
하수구를 타고 흘러 육수가 끓기 전에 하늘에 닿을 것이고
부레 없는 몸을 공기로 가득 채워 하늘을 날아보겠다는 가볍지 않은 망상 하나 품고
윤회 속에 잠기며 9900원짜리 값싼 싸구려 눈꺼풀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