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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Oct 18. 2021

'떨켜'를 모르면서 어찌 가을을 느낄 수 있겠는가?

단풍과 낙엽에는 떨켜 내야만 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단풍과 낙엽
그리고 우리의 인생에는
 '떨켜'내야만 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가을 단풍이 겨울을 위한 준비라는 것을 알고 계셨는지. 하나의 잎이 고유한 색깔로 진해지는 과정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본인만의 색깔을 갖게 되는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끼지는 않으시는지.


단풍과 낙엽은 그 현상의 태생적 이유에서부터 상호 불가분의 관계인데, 이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 바로 '떨켜'층이다. 잎이 가지에서 분리되는 그 층을 가리키는 말로, 뿌리로부터의 수분 공급을 막고 동시에 잎을 통해 생성한 양분을 나무에 전달하지 못하고, 스스로 산화해버리는 그 강렬한 색깔은 양면적이기까지 하다.


가을철이 되면 나무는 월동준비를 위해 나뭇잎을 떨어뜨리는데 나뭇잎이 떨어지는 원인은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떨켜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떨켜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나뭇잎은 뿌리에서 충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나 잎에서는 계속 햇빛을 받아 광합성이 진행된다 _ 한국경제 기사 中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안온한 색깔로 다가와 둘만의 감정으로 세상을 채색해 나가고 있을 것이다. 반면, 가을에 떨어지는 잎을 보고 떠나간 사람을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울긋불긋한 나뭇잎과  사부작 밟히는 낙엽에 미련을 갖기보다는 둘 사이를 구분 짓는 '떨켜'에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떨쳐내다' 비슷하게 들리지만, 모두 훌훌 털어버린다는 의미는 '떨켜' 설명하기엔 다소 과한 듯하다. 오랫동안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수분 공급을 제한하고, 유해한 생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보호층을 형성하는 모습은 흡사 '훌훌' 털어낸다기보다는, 추운 겨울을 지혜롭기 이겨내고 다시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지혜로운 몸짓이라   있겠다.

 


'씨앗처럼 정지' 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 여겼던 수분과 양분을 잠시 끊고 찬 바람을 견디기 위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가을은 누군가에게 물들어가던 시절을 즐거워하고 그리워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오히려 나의 색깔이 선명해지는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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