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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 ONE Jun 12. 2023

월요일 새벽의 문장 수집가는 회사를 가기 전에

새벽에만 보이는 말과 말할 수 있는 글

산다는 것은
중력의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를
오가는 것

(많은 논란이 있었던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의 인터뷰였지만)   문장이 월요일 새벽의 여명 너머로 내게 닿았다.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도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두 발 딛고 설 수 있는 것도 모두 중력 때문은 아닐까?'


글을 쓰고 싶다. 쓸 수 있는 글은 많다. 쓰고 싶은 주제도 많다. 그게 과연 의미가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을 뿐이다. 이럴 때마다 주로 인터뷰를 찾는다. 누구나 아는 좋은 책에서 좋은 문장을 수집하다 보면 가끔은 글은 썼지만 글을 지어낸 것이 아니고 단순히 글을 타이핑한 것에 불과하다고 느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김지수 작가의 인터스텔라에서 주로 영감을 얻는다. 한 사람의 삶을 짧은 순간에 밀도 있게 이끌어 내는 능력에 감탄한다.


"독서는 거래가 아닙니다. 의도가 순수할 때 나를 변화시키죠"

└ 순수한 몰입의 순간이 도대체 언제였던가. 대학이 취업 사관학교로 변질되었다고는 하나 여름방학 동안 중앙도서관에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책만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를 통해 지금의 나 자신이 그때와 나와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똑똑하지는 않지만, 버틸 수 있는 힘을 지닌 사람"

└ 스스로에게도 말했었지. 똑똑하지는 않지만 어떤 풍파에도 두 발 딛고 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나 자신을 좋아한다고.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은 좀 거창하고 버틴다는 말이면 충분하다고.


"재능을 의심하고 자기 비하를 통과해 내는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독특한 무늬를 만들어낸다"

└ 지금 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것도, 나만의 무늬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겠지. 스스로 말하는 문장이 자기 복제의 연속임을 깨닫지만 당장 이 순간은 여행을 통해 쉽게 영감을 받고 쉽지 않은 고집스러운 시간은 고유한 무늬가 아로새겨지는 단단함이 되겠지.


"재능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단지 제가 해야 할 일을 하려고 해요. 만약 재능이 있다면 제가 하는 일에서 드러나겠지요"

└ 1년 전 미국법인에 주재원 선배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자기가 잘하는 일은 찾아오게 되어 있어." 평소 나의 철학은 이와는 정반대였던 - 우리는 무엇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디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야 하는지 그 장소를 찾는 능력도 중요하다 - 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선배는 한 마디 덧붙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못하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스스로 그 일을 해보라. (대다수의 사람들은 왜 없는 일도 만드냐고 말하겠지만) 그 일에 재능이 있다면 결국 그게 본인 일이 되지 않을까?



업로드 목표 시간은 6시. 시간 초과를 알리는 알람소리. 여지없이 월요일이 시작했지만 가끔은 수면 패턴이 불규칙한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새벽에만 보이는 문장들이, 말할 수 있는 소리들이 있기에.



참고.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  <이민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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