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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I Sep 23. 2024

오십이즈 다이어리

내 친구의 캠핑

주말에 중학교 친구와 단 둘이 첫 캠핑을 다녀왔다. 그간 캠핑 유튜브를 열심히 보면서 사부작사부작 뭔가 하나씩 살 때마다 내게 보여주며  용도를 설명해 주곤 했다.

 "이건 캠핑용 냉장고인데, 용량도 크고 차량에서도 쓸 수 있대"

"이건 캠핑 가서 볼 수 있는 티브야! 엄청 크지?"

"이건 차박 할 때 차 트렁크랑 연결하는 쉘터라고 해! 괜찮지?"

나는 '그래, 좋아 보인다.' '와! 그런 게 다 있어?'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사실 캠핑에 그다지 관심 없어서, 저런 것까지 필요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냥 캠핑용품 구경하면서 비슷한 거 사면서 대리만족 하는 건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한 때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여성브랜드의 잘 나가던 디자이너였던 친구는 치매인 어머니와 뇌졸중으로 거동이 힘드신 아버지 두 분의 간호를 하겠다 하던 일 접고 아버지 사무실 챙기며 두 분 병간호에 만 신경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친구가 하는 에 대  생각 그저 언젠가 하고 싶다는  정도이겠지!라고 생각다.

그런데 급작스레 떠나자는 것이었다. 과연 자신의 모든 커리어를 내려놓고 7~8년째 간호에 전념하고 있는 친구는 어떤 캠핑을 꿈꾸고 있었을까?


내가 어려서 아빠를 따라 간 여행을  생각해 보면, 작은 텐트 하나에 코펠과 버너 커다란 등산용 배낭, 그리고 엄마 손에 들린 커다란 여행용 가방과 수박 한 망이 다였다.

그런데, 그 안에서 수영복도 나오고 튜브도 나오고, 고기에 채소, 수건과 이불에 우리들 간식까지...

지금 생각하면 차도 없는 우리 부모님배낭과 여행가방 마치 도라에몽의 주머니 같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게 다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서 나온 것이었을까?

나도 부모님과의 캠핑을 자주 했던 기억 덕에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는 시점에서 텐트를 다. 사내아이들은 아빠와의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한다ㅡ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ㅡ는 얘길 들었기에 아빠가 해 줄 수 없다면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애 아빠와 아들이 여행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이혼할 때 나의 조건이 '아들의 방학 땐 무조건 함께 여행한다. 명절에 아이가 가족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함께 보낸다. 아이의 생일엔 무조건 아이와 같이 보낸다.' 였기에 우리는 아이의 엄마 아빠로 일 년에 공식 여행 네 번은 한 것이다.  이 약속은 아들이 고3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어김없이 지켜졌다. 그러나 아빠와 아들의 둘만의 여행은 없었기에 내가 대신 주말과 방학기간의 평일에 어디든지 데리고 나서서 자연과 함께 놀고 느끼고 생각하며 표현하게 해 주다.

그때 난 텐트와 코펠, 부스타 외엔 침낭정도 샀던 것 같은데...

아무튼, 친구는 명절 전에 급작스럽게 캠핑을 가자고 했다. 뭔가 갈고닦은 기술을 연마한 장인이 '짠!' 하고 실력 발휘하듯 웬만한 것은 다 준비되었으니 나는 있는 텐트만 가지고 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조금 놀랬다. 왜 아니겠는가? 캠핑용 구경하는 취미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어서 빨리 진짜 캠핑을 가길 바란다고 했는데, 얘가 이리 빨리 진짜 나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이런저런 일이 밀려있고 피곤했지만, 정말 큰 맘먹고 나섰을 친구를 생각해서 "그래! 가 보자!" 했다.

사실 난, 아들 어려서 그 애의 꿈을 키워준다는 이유로 캠핑이나 여행을 다녔지 개인적으론 집순이라 돌아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난 '집 나가면 개고생!' 이게 명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내 텐트는 한 8년쯤 장롱 옆에 세워진 채로 지가 집 기둥인지, 장롱 지지댄 지 알쏭달쏭하며 근 십 년을 보냈을 텐데, '펴지기는 할까?' 걱정도 됐다.

어찌어찌 캠핑장으로 향했다. 친구는 비 오는 초행길을 와봤던 사람처럼 운전도 잘했다. 친구는 비옷을 떡하니, 내 것까지ㅡ물론, 원 주인은 증상이 좀 호전되시면 같이 오려던 어머님 비옷이었지만ㅡ 준비해 내어 줄 때부터 유튜브 보고 배운 캠핑내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텐트를 치는 동안 비가 그쳤다. 친구의 차 트렁크에 쉘터를 치고 그 앞으로 내 텐트를 폈다. 내 텐트에 기억자 얇은 단조들이 진흙에 깊이 박히지 못하고 자꾸 빠져나왔다. 폴대는 세우면 쓰러지고... 이때, 친구가 그럴 줄 알고 준비했다는 듯 단조 30cm 자리와 망치를 주면서 이걸로 해 봐! 그리고 쓰러지는 폴대에도 준비한 끈을 능숙하게 묶어 양쪽으로 벌려서 지지하게 만들었다.

순간 '얘 눈으로만 캠핑했던 거 맞아? 그간 지 혼자 캠핑 다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내가 " 고기를 구우면서 장작불이 뜨거우니까 "집가 조금만 길면 좋겠다." 하면,  "있어! 잠깐!" 하며 긴 집를 가져왔다.

고기를 다 먹고 "아~ 고기 남은 거 뚜껑 덮어두면 좋겠다." 했더니 "있어! 잠깐!" 하곤 커다란 뚜껑을 가져다 덮었다.

"노트북 놀 테이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있어! 잠깐!"

"조명이 살짝 어둡다. 조금 밝았으면.."

"있어! 잠깐!"

"모기향 가지고 올걸"

"있어! 잠깐!"

"야! 뭐가 말만 하면 다 있어?"

그러니까 막 웃더니, 캠핑 유튜브 보 나름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하나씩 하나씩 사 모았다고 했다. '진짜, 도라에몽 주머니는 여기 있었네!' 싶었다.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몸을 움직이고 장작 태워 고기도 먹고 하니까 긴장하고 있던 몸과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친구도 그간 하늘 같던 부모님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 철렁하고 속상했겠는가? 내가 그 경험을 미리 해 봤기에 한 분도 아니고 두 분을 동시에 살펴드리려면 얼마나  심신이 많이 지쳐있을지 조금은 상상이 갔다. 하지만, 힘들다고 할 만도 한데 친구가 징징거리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대충 떠나 훌훌 노는 성격이면 좋으련만 큰 대문자 J인 친구는 모든 걸 즉흥적으로 하고 즉석에서 해결하는 나와는 달라서 자기를 위한 힐링도 엄청 생각하고 계획했을 것이다. 어쩜 그 힐링조차 지친 스스로에게 힘내라는 응원을 계획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무조건 잘했다, 친구야! 자주 나오자꾸나! 덕분에 나도 얻어가는 게 많다."



텐트 안에서 찾은 오래된 나의 안경


텐트를 마지막 접어 넣었던 8년 전. 쓰던 안경이 하늘로 솟았는지 으로 꺼졌는지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텐트 안에 있었다. 세상에... 지금은 유행이 지나서 못 쓰게 생긴 빨간색 직사각형의 뿔테안경! 그 시절 추억이 영화처럼 촤르르 돌아갔다. 열세 살의 아들, 여덟 살 어렸던 나, 그때 그 시절의 인연들과 그땐 건강히 살아계셨던 아빠까지...


친구는 꿈을 꾸며 캠핑을 준비한다. 혼자만의 힐링이 아닌, 쾌유되신 아버지 어머니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동생이 함께하는 네 가족의 캠핑을... 늘 부모님과 하다가 혼자 하는 첫 캠핑이라 잠도 못 자고 왔다는 친구.

그간 친구가 보고 듣고 준비한 완벽하게 갖춘 장비들이 빛을 발할 최고의 캠핑을 친구의 네 식구가 하게 될 날이 오기를 기도해 본다.


나도 친구덕에 몇 가지 소중한 추억을 담았다.

오래된 안경과 조약돌, 친구의 뒷모습과 너무 아름다운 가을 하늘, 그리고 친구와의 첫 캠핑의 추억까지...


친구야! 너 충분히 잘하고 있어, 오늘처럼 너에게 주는 치유의 시간 자주 갖자! 고맙고, 사랑해~❤



누군가 골라 둔 조약돌/ 발담구고 힐링중인 친구
집에 오는 길 너무 예쁜 하늘과 구름
우리의 첫 캠핑장 출구 친절한 인사

p.s)그리고, 돈으로 준비한 캠핑이 아니라 뒤지고 고르고 찾아내서 저렴하고 쓸만한 걸 찾은 캠핑용품들이라 더 값어치가 있게 느끼는 것이다. 그냥 매장 가서 쓱 사는 것들이라면 내가 감탄을 했겠는가? 유튜버들의 비싼 장비들을 보고 여기저기 뒤지고 찾아서 자기만의 캠핑용품들을 갖춘 것이 기특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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