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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읽는 엄마 Jul 06. 2022

책 읽고 떠나는 역사 여행

책과 여행을 연결 짓다

엄마, 나 경주에 가고 싶어요.

 집 근처 도서관 주말 프로그램에서 역사 수업을 듣고 있는 둘째 아이는 수업이 있는 날마다 경주가고 싶다고 했다. 역사 수업이 마침 삼국시대 신라에 관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경주는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1년에  번씩은 가던 곳이었다. 우리 가족이 가장 많이 다닌 여행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다 보니 체험 위주 장소와 불국사, 석굴암 손에 꼽히는 문화유산 위주로 둘러봤던 터라 어릴 때 따라다니던 둘째 아이는 그리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았나 보다.

 몇 주째 경주를 가고 싶다고 하니 다가올 연휴 기간에 맞춰 2박 3일의 경주 여행을 계획하기로 했다.




 역사 수업 3주 차쯤 되었을 때 둘째 아이가 자신이 수업하면서 알게 된 곳을 가보자며 첫째 아이와 여행 계획을 짰다. 2박 3일간의 여행 계획은 아이가 누나의 공폰으로 <토지면적 축적 앱>을 활용해 집에서의 거리를 따져보고 가까운 곳부터 일정에 넣어두었다.

점심은 어디서 먹을 것인지, 숙소는 어디가 좋을지, 몇 시에 이동할지 연습장에 메모하며 여행을 계획하는 우리 집 아이들은 내가 만나본 가이드 중 준비성 최고였다.

두 아이가 준비한 여행 일정표


그전에는 우리 부부가 준비하는 여행을 떠났지만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하는 여행은 어른인 부모도 설레게 해 주었다. 미래에 효도 관광 가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아이들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 웃음이 나기도 했다.

 

우리의 경주여행은 처음 준비한 플랜 A는 적용하지 못했다.

여행 첫날 갑자기 비가 내렸고 주차장을 향한 차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 때문이다.

"갑자기 비가 많이 내리네.

얘들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계획대로 박물관으로  갈까?

아니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까?"

여행을 책임진 아이들은  차 뒷자리에서 길게 늘어진 차들을 보며  고민하더니

"비가 많이 내리니깐 숙소로 가는 건 어때요?

오늘 차도 많아서 많이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 힘들지 않을까요?"

"그래, 좋아! 내일 일찍 이동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은 그 누구도'NO'라고 하지 않았고 가이드해주는 첫째 아이의 의견을 따랐.



째 날 일정은 취소한 채 숙소로 돌아다.

일정보다 빨리 도착한 숙소에서 메모지와 <토지면적 축적 앱>을 보며 둘째 아이는 비장하게 플랜 B를 준비했다.

"엄마, 여기 숙소가 어디쯤인 거죠?"

"여기 감포야."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에  감은사지 3층 석탑이  네요. 내일 거기부터 가면 좋겠어요."

둘째 아이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여행 계획을 준비하며 내일이 오기 만을 기다렸다.


전날 숙소에서 체력 충전하며 보낸 덕인지 아이들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둘째 날 일정은 날씨도 맑 이번 여행 가이드 맡은 두 아이의 정성으로 계획에 차질 없이 플랜 B가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도서관 역사 교재를 보며 배웠던 문화유적지를 찾아가 인증샷도 남기며 자신이 역사 수업시간에 배웠던 이야기들도 들려주었다. 사진으로 보고 이야기로 들었던 유적지에서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과거 신라의 그 순간으로 빠져들어간 것일까?


 어릴 때 소풍지에서 보물찾기 했던 것 마냥 우리 아이들은 교재에 나온 문화유적지를 찾으며 보물을 찾은 듯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 자신이 준비한 여행에서의 발자취들을 기록해보는 시간을 통해 책에서 알았던 부분을 여행과 연결 지어 갔다.

 엄마인 나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궁금한 건 무엇인지, 아이 스스로 고민하는 모습을 놓칠세라 사진으로 담고 또 담았다.



코로나 이전 자주 여행 오던 경주에서의 추억은 나의 기록 습관 덕분에 아이들 어린 시절 모습이 sns에 아직도 남아있다. 새로운 즐거움의 도전으로 추억을 되새기며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 찍기를 해보았다.

"여기에서는 브이를 해야 해."

"여기에서는 아빠가 오른쪽 자리에 있었네요. 아빠 이쪽으로 오세요."

 갑자기 내린 비로 역사 교재는 젖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기록하자며 우린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갔다. 우리 가족만의 역사 여행을 떠나는 순간인 것이다.


< 응답하라 2016 > 5년 전 같은 장소 & 같은 포즈로 사진 찍어보기


 육아 14년을 해보니 어떤 일이든 연결이 되지 않는 일들은 없었다. 가정에서의 문제해결력은 학교에서의

문제해결력으로 이어지고 가정에서의 생활습관 또한 학교의 생활습관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나는 아이들이 집에서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했다.


 예상치 못한 날씨와 예상치 못한 수많은 차량으로 진입이 어려워진 문제 상황은 분명 아이의 생각을 자라게 해주는 듯했다. 어쩌면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일 것이다. 현재 내 상황을 판단하고 다른 방법으로 대해보며 아이에게 문제해결력도 길러줄 수 있는 경험을 우경주에서 배우게 되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서로 찍은 사진을 보며 그때의 감정은 어땠는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역사 여행이라고 거창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때론 아이들이 가이드하는 여행을 떠나게 되고

때론 생각지도 못한 비가 내려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직접 여행을 가봄으로써 우리가 느꼈던

생각들을 서로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역사 여행 가기 전>
1. 책과 영상을 통해 여행지를 익숙하게 해 주세요. 아는 만큼 아이가 보고 올 수 있어요.
2. 부모님도 함께 공부하고 간다면 아이들이 부모님을 멋지게 생각할 거예요.
3. 여행 계획은 아이들과 준비하거나 아이들이 계획하게 해 주세요.
4. 여행지 갈 때 관련 책을 준비해서 책과 함께 알아보며 문화유산 찾는 놀이도 해보세요. 따분하기만 하던 역사가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5.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보며 추억해볼 수 있는 이색 사진 찍기도 해 보세요.
6. 다녀와서 사진을 보며 그때의 감정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내가 생각하는 역사여행은 '또 가고 싶다. 또 알고 싶다'는 것끌어내는 거라 생각한다.

여러 가지 전문적 지식보단 그때의 경험과 기억으로 아이들이 학교에서 시작하는 역사 시간을 즐겁게 맞이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최고의 여행 될 수 있다.


다가오는 여름 방학 땐 어느 시대로 여행을 떠나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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