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안친오름
안친이라는 이름은 오름 형태가 나지막하게 앉힌 솥과 같아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규모는 아주 작지만 깊어가는 가을 어느 날이 되면, 말과 소를 먹일 풀들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흩날리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오름이다.
오름 입고는 마을 길을 따라 200여 미터 들어가면 보인다. 이 길 좌측에는 커다란 당근밭이 있다. 당근밭 주위에는 돌담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가 그 뒤에 자리 잡고 있다. 돌담과 삼나무 사이로 얼핏 보이는 갈색빛 언덕이 안친오름이다.
검은색 현무암 돌담, 병풍처럼 서 있는 돌담 뒤의 진초록색 삼나무들, 새록새록 자라고 있는 연초록빛의 당근, 밭과 오름을 구분 짓는 자그마한 밭 길, 그 사이로 살포시 형체를 드러내는 노란색 구릉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들어 낸다. 그 멋진 풍경 속에서 땀 흘리면서 일을 하는 농부들 모습이 목가적인 풍경의 정점을 찍는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딴 세상에 들어가는 문으로 느껴진다. 마치 멋진 오름을 지키는 수문장처럼 커다란 삼나무가 좌측에, 돌담이 우측에 자리 잡고 있다. 수문장이 그 문을 열어주기 전에 벌써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와 버린다.
오름은 자그마맣고 기다란 구릉처럼 느껴진다. 오름 전체가 풀밭이다. 늦가을에서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라 온통 갈색빛이다. 때마침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불어오는 바람에 수많은 풀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오름 정상에 서 있으면 마치 멋진 풍경화 속에서 여유를 즐기는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하늘에는 흰구름이 수를 놓고, 땅에는 끝을 알 수 없는듯한 풀밭이 펼쳐지며, 그 가이로 한줄기 바람까지 불어온다. 불어오는 바람에 풀들은 춤추고, 하늘의 구름은 그를 환호해 준다.
주변에 있는 오름들도 머리를 살며시 내밀고서는 이런 멋진 풍경을 함께 즐기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