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금악오름
한라산 서쪽 중산간지대의 오름군 중 대표적인 오름이다. 금오름은 神이란 의미의 어원을 가진 이름으로 여겨지며, 옛날부터 신성시되어 온 오름이다. 오름 자체가 멋있고, 주변풍경이 멋있을 뿐만 아니라, 오름 정상까지 승용차가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산책로가 넓게 조성되어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특히, SNS를 활발하게 활용하는 젊은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금악오름은 외관이 웅장하고 멋있다. 인근 도로에서나, 주변오름을 올라서 바라보면 수많은 군인을 지휘하는 위세 당당한 장군처럼 보인다. 정상에 세워진 철탑이 조선시대 고급무관이 쓰는 간주형 투구를 연상케 한다.
금악오름은 바다 건너 머나먼 비양도에서 보더라도 멋있게 보인다. 웅장한 한라산 옆을 지키는 늠름한 장군의 모습이다.
오름 입구부터 정상까지는 승용차가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시멘트 길이다. 그래서 등산화가 아니더라도 편한 신발을 신고 오를 수 있고, 어린 아이나 노인들도 쉬엄쉬엄 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오름 주변에 돼지, 소, 말을 키우는 목장이나 우리가 많아 날씨가 우중중한 날에는 가축 분뇨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렇지만, 이곳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냄새가 약해지고, 주변 풍경에 심취하여 그 냄새마저도 잊어버리게 된다. 시멘트길 끝에서 분화구 내부로 들어가는 길과 분화구 둘레길로 나뉜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호숫가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오름 내부길로 들어선다. 이곳에 내려오면 화구벽이 높게 사면을 둘러쌓고 있어 아득한 느낌을 준다. 호수를 배격으로 어느 곳에서 사진을 찍어도 멋있게 나온다.
혼자 여행온 젊은이들은 핸드폰을 한 손으로 쥐거나 셀카봉을 가지고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는다. 어떤 사람은 유튜브용 동영상을 촬영하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촬영한다. 커플들은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 젊음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분화구 내부에는 주변 돌을 이용하여 쌓은 돌탑이 듬성듬성 있다. 어떤 것은 어른키 만하고, 어떤 것은 20~30cm 정도로 작다. 일부 줄지어 쌓아 놓은 돌탑은 전통사찰 주변에 간절한 마음을 담고, 소원을 빌면서 쌓은 탑을 연상시킨다.
금악오름은 화구벽 위로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분화구 둘레길을 만들어 놓았다. 대부분 완만한 평지이고, 철탑이 있는 곳만 완만하게 경사진 길이다. 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주변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하려면 1~2시간 정도는 소요된다.
분화구 둘레길을 산책하면서 네 개 방향에서 각각 분화구 호수를 바라보면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시멘트길과 분화구 둘레길이 만나는 곳에서는 둥그런 물웅덩이 같아 보인다. 평평한 황토땅을 파서 농사에 사용할 물을 받아두고, 물이 넘치지 않도록 주변을 흙으로 다져놓았다. 그리고 농사철이 되면 낮은 화구벽으로 물을 퍼올려 사용한다.라는 상상을 해본다.
서남쪽 둘레길에서 바라보면 튤립 꽃봉오리 같아 보인다. 한라산 방면에서 뻗어 나온 꽃줄기가 커다란 꽃봉오리를 떠받치고 있다. 금방이라도 꽃을 피울 듯 꽃잎을 한잎 두잎 품고 있는 듯하다.
남쪽에서 바라보면 산밑 움푹한 곳에 자연스럽게 생긴 연못 같아 보인다. 금방이라도 개구리, 맹꽁이 울음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아마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들이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서귀포 방면의 분화구 둘레길에는 일제강점기에 파놓은 동굴이 있다. 이렇게 멋진 오름에 남의 전쟁준비를 위해 땅굴을 파놓은 시대적 아픔이 있다는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곳 오름에서는 서쪽 바다 너머 비양도와 동쪽 목초지 너머로 웅장한 한라산 풍경이 펼쳐진다. 뷰가 좋다.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