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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LIm Nov 09. 2024

분화구에 물을 품고 있는 오름

04. 물찻오름

물찻오름은 2008년부터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개방하지 않고, 사려니숲 에코 힐링체험 축제가 열리는 6월 초 3일 정도만 임시 개방한다. 그것도 전화로 예약을 받으며 하루 120명씩(1~6회 차로 나누어 회차당 20명), 3일간 총 360명에 한해 관람할 수 있다. 휴식년제는 2021년 연말까지인데 더 연장될 개연성이 높단다. 그만큼 이 오름은 훼손이 심하였고, 보존 가치가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축제기간 중 탐방로를 안내하는 안내원이 처음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여기를 방문하는 여러분은 신의 손이 작용했습니다. 전화로만 예약하고, 하루 120명으로 제한했으니 선택받은 사람입니다.'


이 오름은 사려니숲길 중간지점에 있다. 그래서 사려니숲 입구에서 약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어야 만날 수 있다. 사려니숲은 일제강점기에 조성한 삼나무와 1960년 우리나라 산림녹화시기에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었단다.



예전에 물찻오름은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었으며, 이곳에서 표고버섯을 많이 재배하였단다. 그리고 표고버섯을 재배하던 사람들이 물찻오름에 붕어를 풀어놓아 낚시꾼들이 낚시로 잡은 붕어를 오름 아래에서 요리해 먹음으로써 이 오름이 많이 훼손되었단다. 


오름 입구에서 약 200m 가다 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는 분화구 내부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오른쪽은 오름 정상의 전망대이다. 어느 쪽으로 가든 한 바퀴를 돌아 이곳 삼거리에서 만난다. 오름을 올라가는 길은 완만하여 누구나 올라갈 수 있다. 오름은 야자 매트를 깔아 두어 깔끔하다. 


드디어 분화구 내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물영아리처럼 물이 가득 찬 분화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는데, 크게 자란 나무들 사이로 살포시 보인다. 분화구에 있는 물의 색깔도 맑거나 푸른색이 아닌 진한 흙빛이었다. 화산 폭발로 생긴 돌들이 풍화작용을 거쳐 자그마한 자갈이나 흙으로 변해 그 색깔이 비추는 것이란다. 실제로 분화구로 내려가 보면 맑은 물이란다.


대부분이 기대 이하의 경치에 실망한듯하다. 이곳에서 약 300m 걷다 보면 오름 정상이 나온다. 오름 정상에 조성된 전망대에서는 한라산이 한눈에 보인다. 분화구 모습에 실망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조금씩 웃는 모습을 한다.


오름을 내려오는 길도 올라오는 길과 유사하게 완만하다. 나무와 잡풀이 크게 자라 따가운 햇볕을 막아준다. 내려오는 길 중간지점에는 ‘이곳은 멧돼지가 출몰하므로 주의하세요’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제주에 와서 노루, 꿩, 까마귀는 많이 보았어도 아직 멧돼지는 보지 못했는데 정말 한라산에 있나 보다. 


오름 입구에서 분화구와 정상을 돌아보는데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어도 제주의 368개 오름 중 분화구 내에 물이 있는 오름이 10여 개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데 그 오름 중 하나를 볼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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