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용와이오름
한라산 서쪽 중산간지대에 있으며, 용이 누워있는 모습을 닮아 용와이오름이라고 불린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더라도 용와이오름은 입구를 찾기가 다소 어렵다. 산록남로라는 큰길에서 떨어져 있고, 광평리마을 내 여러 샛길 중 하나라서 그렇다. 게다가 승용차 한 대 정도 다닐 수 있는 시멘트 길이 약 1km 이어진다. 반대편에서 오는 승용차나 트랙터 등 농기계가 있다면 비껴 줄 공간도 없다. 가끔 길 양쪽으로 삐져나온 가시덩굴이 승용차 외부를 긁는 소리도 들린다. 별도의 주차장도 없다. 주변공터를 찾아 주차하여야 한다.
용와이오름 인근에 핀크스 CC(2025년 현재 클럽나인브릿지로 바뀜)가 있다. 택시를 이용하거나, 이곳에 주차가 가능한 사람은 골프장 내부를 지나 올라가는 것이 편하다.
시멘트 길이 끝나고, 흙길이 이어진다. 초행자들은 대부분 이 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가다 보면 골프장이다. 다시 되돌아 나와서 연못을 찾으면 된다. 연못 건너편 자그마한 오솔길이 오름입구이다. 용와이오름은 분화구 내에 물이 차 있는 것이 아니다. 오름입구에 연못이 있는데, 마치 분화구처럼 보인다. 모양이 둥그렇고, 커다란 나무들이 화구벽을 형성하는 듯 느껴진다.
연못 내 물은 맑고, 대부분 물풀로 덮여있다. 학 2~3마리가 노닐고 있다. 가끔 연못으로 내려와 먹이를 찾는다. 운치가 있고, 새들이 노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20~30분이 금방 지나간다.
오름입구부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우거진 숲이다. 숲 속에 물이 흐르는 자그마한 계곡이 있다. 듬성듬성 물이 고여있다. 제주도는 현무암이 대부분이므로 평상시에는 계곡이 말라있다. 그래서 이곳은 인근 골프장에서 잔디를 가꾸는 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생각된다.
숲길을 지나고 나면 황톳길 능선이 나온다. 가장 먼저 커다란 바윗돌이 반겨준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다정한 부부나 연인처럼 보인다. 사랑스러운 눈으로 서로를 쳐다본다. 거센 눈보라가 치거나, 소낙비가 내려도 자리를 뜨지 못한다. 결국은 바윗돌로 승화하여 영원을 기약하는 듯하다.
인근에 사람이 쉴만한 평평한 바위가 있다. 그 바위에는 1.5m 정도 되는 널빤지에 용와이오름 정상, 해발 685m라는 표지판이 놓여있다.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해 여기저기 떼어져 나갔고, 푯말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그래도 정겹다. 훼손되어 몇 글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좋다. 이곳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반갑다.
정상에 오르면 확 트인 평평한 분화구가 있다. 자그마한 나무들과 억새풀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뒤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앞으로는 산방산이 보인다. 좌측과 우측으로는 중산간 지대의 오름군이 보인다.
등산을 마치고, 광평리마을에 있는 '한라산 첫 마을'이라는 메밀국수 전문점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주변풍경과 건물도 멋스럽고, 음식도 잘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식사 후 하얀 꽃이 핀 메밀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감상하는 사람이 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