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밧돌오름
안돌오름에서 내려와 호밀밭 100m 정도를 지나면 밧돌오름 입구가 나온다. 밧돌오름도 마을공동목장으로 이용되고 있어 오름 전체가 풀로 덮인 민둥산처럼 보인다.
오름 산책로는 오름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풀밭 사이로 조성된 자그마한 오솔길이다. 계획적으로 조성되었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로 여겨진다. 산책로 주변 풀밭에는 가끔 뱀이 웅크리고 있는 경우가 있다. 4월 18일인 오늘도 산책로에서 자그마한 뱀 한두 마리가 눈에 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려면 두꺼운 등산화를 신고, 긴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에는 따가운 햇빛을 가려줄 곳이 없으므로 선크림을 바르고, 모자를 쓰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밧돌오름 산책로와 오름 정상에는 큰 나무들이 없어 주변 전망이 좋다. 오름 정상에는 나무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앉아 주변풍경을 바라보면 더없이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밧돌오름 바로 옆에는 피라미드처럼 삼각형 모양을 한 안돌오름이 자리 잡고 있다.
눈을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커다란 신라왕릉을 닮은 높은오름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로 동검은이오름, 문석이오름 등이 이어진다.
또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오름의 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이 나타난다. 중절모자 모습인 듯, 달팽이 모양인 듯, 프랑스 아동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같아 보이기도 한다.
잠시 눈길을 돌려보면 웅장한 한라산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수많은 중산간지대 오름들을 호위군사 삼아 눈을 부릅뜨고 제주도를 지키는 수호신처럼 느껴진다.
밧돌오름 분화구에는 돌오름 물이라고 불리는 샘이 있다. 샘 주변은 돌담으로 보호하고 있고, 그 옆에는 제단으로 여겨지는 넓은 돌이 놓여 있다. 아마 이곳을 신성시 여겨 제를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분화구 둘레에서는 철쭉꽃이 반긴다. 온통 포록색깔의 풀밭에 진분홍 철쭉꽃이 군집을 이루고 있어 돋보인다.
오름 아래에는 작물을 재배하는 드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밭과 밭 사이에는 방풍림이 나란히 심어져 있다. 밭 한가운데는 물을 저장한 자그마한 연못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