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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산책 May 20. 2024

도꼬마리를 만났던 그날에는

오랜만에 반가웠다.

지금은 보기가 쉽지 않은 식물 중 하나, 도꼬마리

도깨비바늘처럼 옷이나 신발에 잘 달라붙고는 하는 것들.

어느 날인가 동글동글하면서 따갑지는 않지만 그런 느낌이 있는 도꼬마리를 만났다.


아이들이 한참 어렸을 때에는 신기해서 많이 만져보고 보여주곤 했었는데

이젠 그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한걸음 가고 두세 걸음 멈춰 서서 온갖 것을 다 참견하며 지나가야 했던 그때, 시간은 오래 걸렸을지 몰라도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은 참 행복했던 것 같다.

시간이 가면서 함께 어디를 가려고 하면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춘기라고 하는 그 시기가 시작되면서

내가 너의 도꼬마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네가 나의 도꼬마리가 되어야 하는 것인지, 

있는지도 모르게 옷이나 신발에 붙어버리는 것처럼.

조용하게 그저 있어줘야 하는 시기인가 싶기도 하다.


가끔 내가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아닐까, 그 모든 말들이 잔소리처럼 느껴지는 지금이기에

조심하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툭툭 쏟아져 나오는 주워 담지 못할 물 같은 그런 말들이.

물은 쏟아지면 수건으로라도 닦을 수나 있지, 말은 이미 입 밖으로 나와져 버리면 담을 수도 지울 수도 없게 되고

오로지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것이 된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말은 허공으로 사라진다고도 하지만,

그 말을 들었을 때의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문득 도꼬마리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었나? 아직있나? 모르게 붙어있는 것처럼. 아이에게 최대한 말을 적게 하되 옆에, 눈에 보이는 곳에

혹은 그렇게 자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늘 긍정의 말로 힘을 주는 말을 해줘야겠다고 다시 다짐한다.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사춘기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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