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래서 글을 써봅니다.

by 푸른산책

아빠를 사랑할 수 있을까

올해 76세이신 아빠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케이크에는 초를 다섯 개만 준비했다.
오십 때처럼 건강하게, 그 시절처럼 패기 있게,
다시 한번 힘차게 살아가시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까.

물론 지금 아버지께서 완전히 건강하신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크게 아프신 곳도 없어 그저, 그래도 감사하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에는 매일같이 부대끼며 지냈는데
이제는 생일이나 명절처럼 특별한 날에야
마음먹고 찾아뵙게 된다.
30, 40분 거리. 가까운 거리인데도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아니, 가고픈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

애틋함보다는 서운함이,
감사함보다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감정조차 억지로 떠올려야 할 때도 있다.

슬프지만, 또 슬프지 않다.
이런 걸 양가감정이라고 하나.
슬픈 것 같기도 하고, 슬프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뭐라고 딱 잘라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며칠 전 아빠의 생신에 찾아왔다.

서리 내린 새치가 어느덧 백발이 되어버린 아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물론 나 역시 나이를 먹었음을 새삼 느낀다.

오늘도 아빠의 다리 근육은 많이 빠져
바지가 헐렁해지고,
어렸을 적 듬직하게만 보였던 아빠의 어깨는
어느새…
언제 이렇게 등이 굽었나,
언제 이렇게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되어버렸나


나는 또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어버렸나.

나의 시간과 아빠의 시간이
어쩌면

서로에게 그리 길게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속에는 슬픔도 있고, 화도 있지만,
문득 그런 감정들마저도 결국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있는 건 아닐까.

사랑의 다른 이름.
사랑하지 않았다면 미운 감정조차 들지 않았을 테니.
어쩌면 이 모든 감정이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일지도 모르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