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장미꽃을 사들고 온 아빠
엄마의 생일이었다.
왠일인지 아빠는 유난히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분홍색 포장지로 정성스럽게 감싼
분홍 장미꽃다발을 들고 들어오셨다.
그날은, 엄마생일이었다.
엄마의 생신이라 그러셨던 걸까.
아마도... 그랬겠지
벌써 20년은 넘은, 오래전 이야기다.
며칠전 칠순을 앞둔 엄마의 생신이 다가왔다.
저녁식사를 같이 하자고 전화를 드렸는데
아빠는 받지 않으셨다.
식사를 먼저 하시는 아빠.
당뇨가 있어 배고픔을 참는것을 힘들어하시기에
늘 식사를 일찍 하시는 편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기다려서 함께 드시자고 하려던 전화를,
아빠는 받지 않으셨고,
'엄마가 퇴근을 하고 오실테니,
조금 일찍가서 기다리자' 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역시나, 아빠는 식사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
나는 엄마가 좋아하는 알고니탕을 주문하고,
망고케익도 준비해 갔다.
그리고 처음으로, 직접 만든 꽃다발도 선물로 드렸다.
그런데 문득,
아빠의 모습이 이상하게 쓸쓸해 보였다.
어느새 저렇게 야위셨을까.
팔과 다리가 눈에 띄게 가늘어져 있었다.
당뇨수치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다더니...
그 때문일까.
아무말 없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시는 아빠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내년, 엄마의 칠순에는
그때처럼 다시 한 번,
아빠가 꽃다발을 들고 엄마에게 건네는 그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엄마의생일
#아빠의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