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그라나다

유럽대륙, 9번째 나라, 2번째 도시

by 해피썬

스페인 그라나다는 알함브라(알람브라) 궁전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가는 거라 우리의 유럽 여행 중 유일하게 1박만 하게 된 도시였다.


야간버스를 타고 도착한 그라나다는 바르셀로나랑은 정반대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있어서 그라나다 버스 터미널 앞 카페에 앉아 커피와 오렌지 생과일주스를 지켜서 마시며 버스 내에서 밤새 구겨져있던 몸을 풀고 정신을 차리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가 여행을 마친 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방영되면서 괜히 더 반가웠던 알함브라 궁전은 하루 입장 제한이 있어서 사전에 예매를 해야 했고, 우리는 도착한 날 오전에 바로 가려고 예약을 해놨다.


예약과 관련해서 답답한 일이 있었는데, 알함브라 궁전 예약은 그 안에 있는 나스르 궁전의 입장시간을 함께 예약하는 것인데 예약사이트 오류인지 결제만 하고 나면 창이 사라지면서 예약확인서가 뜨지 않았다.

예약확인서가 없으면 입장이 되지 않으니 세 번을 시도하고 나서야 겨우 예약을 성공했는데 문제는 앞서한 2번의 카드 결제가 그대로 남았다.

이대로라면 원래 입장료의 3배를 주고 예매를 한 것처럼 되니 바로 알함브라 궁전 고객센터 같은데 메일을 보내서 문의를 했는데 우리가 세 번을 입장했는지, 한 번만 입장했는지 증명할 수 없어 환불 불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60유로(그때 당시 원화 약 8만 원)에 대해서 우리가 받을 스트레스와 시간을 생각해서 이번 일을 레슨이라 여기고 포기할지, 그때 당시 우리에겐 하루 숙박비 이상의 금액이라 적지 않은 돈을 끝까지 돌려받을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우리의 실수나 잘못이 아닌데 부당한 돈을 허공에 날리고 싶지 않고 알함브라 궁전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지고 싶지 않아 그때부터 잘못 결제된 입장료를 돌려받기 위한 끈질긴 여정이 시작됐다.


사실 내가 해외 결제 오류로 인해 우리나라에 비해서 일 처리도 느리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환불을 안 해주는 해외 업체들과 싸움을 한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는데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가기 위해 알이탈리아 항공의 비행기표를 예약할 때(이탈리아, 밀라노 편)도 홈페이지 에러로 결제가 2번 된 적이 있었다.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해외 거래내역에 대해서는 일단 카드사에 내가 이용한 거래내역이 아니라는 내용과 함께 '신용카드 해외 사용 이의 제기'를 하면 카드사에서도 해외 업체와 이 부분에 대한 분쟁 조정을 요청해 주기 때문에 나 혼자 싸울 때보다 이길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카드값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기 전이면 해외 업체와 결정이 날 때까지 이 카드값은 결제 처리를 안 하기 때문에 내 현금도 좀 더 지킬 수 있다.

그때도 시간은 3달 가까이 걸렸지만 환불을 성공적으로 받았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문제가 생기자마자 나는 신용카드 해외 사용 이의 제기부터 해서 먼저 돈이 빠져나가고 난 후 알함브라 궁전 측에서 더 늦장으로 대응하지 않도록 대비를 했다.


그리고 아래의 메일을 알함브라 궁전 측에 주기적으로 보냈다.

나스르 궁전을 예약하려면 입장하는 사람의 여권 정보와 입장 시간을 넣어야 한다.
나와 내 일행의 몸이 3개도 아니고 어떻게 같은 시간에 3번이나 입장을 하겠는가?
두 번은 예약 시 해당 사이트의 에러이니 결제 취소를 해달라.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시작됐던 이 여정은 두 달 뒤 유럽의 마지막 여행지인 영국에 가서야 마무리됐고, 결론적으로 카드 결제는 취소되어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



어쨌든 카드 결제의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는 일단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입장하기 위해서 알함브라 궁전으로 향했다.

궁전의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은 이곳인데 우리의 여행 시기와 날씨 때문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정원 가꾸기에 진심인 스페인 사람들이 특히나 더 신경 써서 꾸몄다는 헤네랄리페 정원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에 꽃이 모두 떨어져서 푸르름과 화사함을 잃었고, 나스르 궁전 중정의 연못에 투영되는 건물은 비가 와서 흐린 하늘과 대비되니 사진으로 봤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좋았던 점을 찾자면, 무료입장이 가능해서 평소에는 사람이 많은 카를로스 5세 궁전을 우리가 전세 낸 듯 돌아다닌 것과 고지대에 있어서 그라나다 올드타운 시내를 전체적으로 내려다볼 수 있었던 것이고 다행히 어느 정도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 알함브라 궁전을 다음에 또 가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궁전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의 골목 풍경이 좋아서 비로 인해 매력 있는 도시를 구석구석 못 봐서 다음날 체크아웃을 하면 바로 또 다음 도시로 떠나야 하는 일정이 아쉽게 느껴졌다.

비로 인해 썰렁해진 날씨 속을 4시간 정도 돌아다니다 보니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정말 작은 아시안 마켓이 하나 있는 게 눈에 띄었는데 심지어 그 안에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던 한국 라면, 너구리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라면을 끓여 먹는데 몸이 따뜻하게 녹으면서 그 순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한 기분에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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