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 내에서 창업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들이 창업 생태계로 계속 유입되어야 한다. 새로운 인재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는다면 창업이 활성화되어도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않고 일시적 현상, 일시적 붐으로 끝나기 쉽다. 스타트업 강국들은 새로운 인재들이 창업 생태계로 안정적으로 계속 유입되는 국가들이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미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한 핵심 이유는 많은 이민자들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민자(자녀 포함)들은 포춘 500대 미국 기업의 46%를 창업(공동 창업 포함)했고, 유니콘 기업의 64%를 창업했다. 또한 2000년~2023년 미국의 노벨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40%가 이민자일 정도로 이민자들은 과학기술 혁신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그리고 이민자들은 미국의 인구 자연 감소분을 메우고 생산연령인구(15~64세 인구)를 보충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미국도 역시 출산율 감소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해 2022년 기준 출산율이 1.66명으로 현 수준의 인구 규모 유지에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에 크게 못 미치지만 이민자 유입이 이를 보완하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창업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이민자들의 유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도 1990년대 초반 옛 소련 지역에서 우수 인력들이 대거 유입된 것을 비롯해 이민자들이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큰 몫을 했다. 더구나 이스라엘은 과거에 비해 낮아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2022년 기준 출산율이 2.89명으로 OCED 국가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가족과 다자녀를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의 영향도 있지만 가족친화적 정책 때문에 이스라엘은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출산율 덕분에 이스라엘의 14세 이하 인구는 전체 인구의 28%에 달한다. 이들이 성장해 생산연령인구로 편입되면서 상당수가 창업 생태계로 유입되고 있다.
중국 역시 스타트업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학 졸업생, 귀국한 유학생 등 새로운 인재들이 창업 생태계로 계속 유입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연간 1천만 명[1] 이상의 대학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다. 졸업생이 워낙 많기 때문에 창업에 뛰어드는 졸업생도 그만큼 많다. 2010년대 후반 기준 대학 졸업생의 8% 정도가 창업에 나섰으니, 연간 80만 명 정도가 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셈이다. 한국의 전체 대학 졸업생 수(47.7만 명[2]) 보다 많은 인재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창업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재들이 창업 생태계로 계속 유입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제반 여건 상 이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다. 한국은 2020년 5,184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14세 이하 인구는 2022년 59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1.5%에 불과하다. 이는 일본(11.6%)보다 낮아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2030년 14세 이하 인구는 416만 명(전체 인구 대비 8.1%)으로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약 180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대학 진학 대상인 18세 인구도 2025년 45.7만 명에서 2035년에는 38.7만 명으로 10년 새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3].
자료: 통계청
(그림 5.3.1) 1960년~2072년 연령별 인구수 변화
이처럼 자라나는 세대의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에 창업 생태계로 새로 유입되는 젊은 인재들도 당연히 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향후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창업보다는 안정적 직장에 대한 선호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저출생 심화의 영향은 창업 생태계도 비켜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외부 인재들의 국내 유입을 촉진하는 수밖에 없다.
첫째, 해외에 있는 한국 유학생, 과학자, 엔지니어 등의 국내 창업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해외에서 습득한 혁신 기술과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창업한다면 국내 창업 생태계의 외연을 넓히고 활력을 제고하는 ‘메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이들의 해외 네트워크는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둘째, 외국 인재의 국내 창업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인구와 면적이 적은 싱가포르에 한국보다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있는 것은 활발한 외국인 창업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은 한국의 농어촌, 공장 등 산업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학위 취득 목적의 외국 유학생도 2016년 6.3만 명에서 2023년 12.9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에서도 외국 인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노동력은 자동화, 로봇 도입 등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지만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인력은 대체할 수가 없다.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인력은 희귀 광물처럼 희귀한 자원이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다. 특히, 일본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학력, 경력 등이 우수한 외국 인재들에게는 ‘고도 전문직[4]’이라는 특별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에 체류하는 고도 인재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5년 3천8백 명에서 2023년에는 2만 4천 명으로 급증했다[5]. 외국인 전문인력 수도 2012년 12.4만 명에서 2021년 39.5만 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외국인 전문인력 수가 2012년 5만 명에서 2021년 4.5만 명으로 오히려 감소한 한국과 확연히 대비된다[6]. 이런 일본 정부의 노력은 최근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구글 출신 외국 인력들이 공동 창업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사카나 AI(Sakana AI)’가 창업된 지 채 1년도 안 된 2024년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향후 국적을 막론하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한 나라가 글로벌 인재를 많이 유치할수록 창업 생태계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도 많이 생겨난다. 자연스레 스타트업 창업의 글로벌 허브가 되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엔비디아와 같은 세계적 기업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스케일의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만드는 일로 하루아침에 이뤄지기 어렵다. 하지만 그것은 우선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공동 설립자)[7]과 같은 글로벌 인재들이 몰려드는 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료: 한국 통계청, 일본 법무성; 한국경제인협회
(그림 5.3.2)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전문인력 수 추이
< 참고 자료 >
[1] 중국의 대학 졸업생 수는 2022년 1천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4년 졸업생 수는 1,179만 명에 달했다. 중국의 대학 진학률은 2023년 기준 60.2%이다.
[2] 2024년 기준 대학 졸업생은 32.2만 명, 전문대학 졸업생은 15.5만 명이다.
[3] 통계청(2023.12.14).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
[4] 고도 전문직 분야는 고도 전문∙기술 분야, 고도 학술∙연구 분야, 고도 경영∙관리 분야 등 세 가지 분야로 구성된다.
[5] 김주영(2024.10). 최근 일본의 외국인력 도입 제도 변화와 시사점. KIET 산업경제, 2024년 10월호.
[6] 한국경제인협회(2022.12.8). 주요국의 외국 전문인력 유치 동향과 한국의 과제. Global Insight, vol.96
[7] 젠슨 황은 대만에서 태어난 대만계 미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