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엔그램 뷰어(Google Ngram Viewer)[1]로 조회해 보면 스타트업이란 단어는 194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1940년대는 미국에서 실리콘밸리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현대 전자공학이 태동하던 시기이다. 1939년 실리콘밸리의 시조 격인 휴렛팩커드(HP)가 설립되었고, 1948년에는 벨연구소에서 현대 전자공학에서 필수불가결한 ‘트랜지스터’가 발명됐다[2]. 이후 1957년 반도체 기업인 페어차일드(Fairchild Semiconductor)가 설립되면서 실리콘밸리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이란 단어는 실리콘밸리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구글 엔그램 뷰어의 ‘스타트업’ 단어의 빈도 추이에서 특이한 점은 1980년대 초반과 2000년대 초반에 사용 빈도가 정점을 기록한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반 빈도 감소는 당시 미국 경제의 불황[3]과 연관되고, 2000년대 초반 이후의 빈도 감소는 ‘닷컴 버블 붕괴[4]'와 세계금융위기[5]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혁신 기술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깨질 때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자료: 구글 엔그램 뷰어
(그림 2.1.1) 1900~2022년 ‘startup’ 단어 사용 빈도 추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사용 빈도 추이가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인데, 이는 새로운 혁신의 시대가 다시 도래하고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기업종(企業種)은 주로 새로운 혁신의 파도가 몰려올 때 출현해 번성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이 발생하면서 출현한 스타트업들 가운데 몇몇은 혁신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붕괴되는 위기를 극복하며 빅테크(Big Tech)[6]로 성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 초창기 스타트업인 아마존(1994년 창업)과 구글(1998년 창업)은 닷컴 버블 붕괴의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 궁극적으로 인터넷 시대의 강자로 부상하였다.
이처럼 많은 책들에서 스타트업이란 단어를 언급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다. 스타트업은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과 같이 회사 형태에 따른 분류 유형이 아니며, 대기업, 중소기업과 같이 크기에 따른 분류 유형도 아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있을 리 없다. 다만 스타트업과 유사한 의미로 통용되는 벤처기업은 한국의 경우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벤처기업법)’에 그 요건이 규정되어 있다. 이는 벤처기업에 대한 일반적 정의라기보다는 동법에 규정된 지원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기업의 요건을 말한다.
스타트업(혹은 벤처기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모든 신생 기업을 다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것은 스타트업이 다른 기업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벤처기업법의 요건, 스타트업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언급 등을 종합해 보면, 스타트업의 속성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스타트업은 높은 성장성을 추구한다.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의 스타트업 투자의 핵심 기준은 투자 수익률과 투자 회수 기간이다. 그런데, 투자 수익률이 높고 투자 회수 기간이 짧기 위해서는 투자 대상 기업이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코스닥 상장 요건에는 ‘최근 2 사업연도 평균 매출증가율 20% 이상’이라는 항목이 있다. 비록 필수가 아니라 여러 선택 항목 중 하나이긴 하지만 2년 연속 2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벤처기업법에서 ‘혁신성장유형’의 벤처기업은 기술 혁신성 및 사업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을 말한다. 즉,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자들도 회사 재무 상황이 빠듯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매출과 수익을 창출해 고성장하려고 한다.
둘째, 스타트업은 혁신성이 높아야 한다.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하며, 기업의 혁신성은 지금까지 충족되지 못한 소비자 니즈를 혁신 기술 혹은 혁신적 사업 모델로 해결하는 역량을 말한다. 기술력이 반드시 최첨단일 필요는 없으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구현을 위한 기술은 필요하므로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기술 기반(혹은 기회형[7]) 창업 기업이다. 음식업 등 고도의 전문적 기술을 요하지 않는 업종의 비기술 기반(혹은 생계형) 창업 기업까지 스타트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한편 일반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은 혁신성도 높다[8]. 즉 고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림 2.1.2) 스타트업의 사업 속성
셋째, 스타트업은 기업의 생애주기(life cycle)가 다르다. 일반 기업은 ‘창업 → 성장 → 성숙 → 쇠퇴’의 생애주기를 갖는 반면 스타트업은 ‘창업 → 성장 → 회수(exit)[9]’의 생애주기를 갖는다. 어떤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되어 계열사로 편입되면 더 이상 스타트업이라고 불리지 않는다[10]. 주식시장에 상장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회사는 그대로 존속하는데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닌 것이다. 아마존, 구글도 한때는 스타트업이었으나 지금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빅테크로 불린다. 즉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에 한해 붙일 수 있는 명칭이다.
이상의 속성들을 종합해 보면 스타트업은 “혁신 기술 혹은 혁신적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회수(exit) 단계 이전의 신생 기업”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의 J 커브와 죽음의 계곡
일반적으로 기업의 생애주기(life cycle) 곡선은 S 커브인 반면, 스타트업의 생애주기 곡선은 종종 J 커브로 묘사된다*. 창업 이후 제품(혹은 서비스)을 개발하고 출시하기 전까지는 비용만 발생하기 때문에 손실이 계속되다가 제품을 출시하고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고성장하는 스타트업의 생애주기 곡선이 알파벳 J를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애주기 곡선을 그리는 스타트업은 소수에 불과하고 스타트업의 대부분은 수익 창출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실패한다. 그래서 창업에서 수익 창출 단계까지를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라 부른다. 모든 스타트업에게 죽음의 계곡을 건너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그림 2.1.3) 일반 기업의 S 커브 vs. 스타트업의 J 커브 생애주기
* Love, H.(2016). The start-up J Curve: The six steps to entrepreneurial success. Greenleaf Book Group Press.
< 참고 자료 >
[1] 구글 북스 라이브러리에 디지털화되어 있는 책들(3천만 권 이상)에서 특정 단어의 사용 빈도 추이를 조회할 수 있다(https://books.google.com/ngrams/).
[2] 벨연구소는 1947년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고 1948년에 외부에 공식 발표했다.
[3] 1979년 이란 혁명에 의한 오일쇼크로 1980~1982년 미국은 고물가, 고금리, 높은 실업률 등으로 더블딥
(1980년 마이너스 성장 → 1981년 플러스로 반짝 회복 → 1982년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만큼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
[4] 버블 붕괴로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부터 31개월 동안 78% 폭락했다.
[5] 세계금융위기로 S&P500 지수는 2007년 말부터 1년 반 동안 57% 하락했다.
[6] 시장지배적인 글로벌 거대 IT 기업을 의미한다.
[7] 한국에서는 창업을 기회형(기술 기반)과 생계형(비기술 기반)으로 구분한다.
[8] 반면 혁신성이 높다고 반드시 고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참여하는 시장 규모가 작을 경우, 혁신 제품일지라도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9] 기업공개(IPO), M&A 등을 통해 투자 수익을 실현하는 것을 말한다.
[10] 벤처기업법은 벤처기업을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는 규모가 아무리 작아도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