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선물한 친구

마음에 꽃이 피었다

by 하늘 예쁨

친구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지난주에 택배를 보낼까 한다더니 직접 오겠다며 우리 동네로 찾아왔다.

중학교 때 친구니까 거의 40년이 다 되어가는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다 보니 집안의 궂은일, 좋은 일 모두 빠삭한 사이다. 그래서 무슨 말이든 하기 편하고 감출 것도 없다. 학창 시절부터 손재주가 좋았던 이 친구는 그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떡공방을 한다. 기분이 우울할 때 친구한테 찾아가 같이 떡도 만들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수다를 떨며 기분전환을 하곤 했다. 친구가 일을 하니 주로 내가 친구 공방으로 가는 편인데 이번엔 친구가 오겠다고 했다.

아마 병원 검사와 수술로 심난해하고 있을 나를 위한 배려에서 공방 문을 닫고 출동하지 않았나 싶다.


약속장소에 나온 친구는 뭘 또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났다.

"이건 또 뭐야? 이러면 너 만날 때마다 손만 쳐다볼지도 몰라."

"밥 먹고 카페 갈 거지? 그때 설명해 줄게." 친구의 손에 들려온 것들은 늘 나를 감동시켰기에 순간 카페부터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새로 생긴 분위기 좋은 샤브집에서 거하게 점심을 먹고 바다가 보이는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이에 놓고 친구가 선물상자를 하나씩 올려놓기 시작한다.

친구는 어색해하면서도 약간은 신이 난 얼굴로 선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건, 봄이야. 봄을 가지고 왔어."

"너 T라며? 무슨 감성 폭발하는 소리야?"

"응, 나 T야" 친구는 늘 자기는 T형 인간이며 지극히 현실적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다.

"야! T는 선물로 봄을 가지고 왔다는 말을 못 할걸? 완전 F감성 터지는 멘트야."

내 말에 이렇다 할 대답은 하지 않고 친구는 나무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쑥 버무리, 쑥절편, 진달래화전이 예쁘게 반짝이고 있었다.

"꺅! 대박!"



"자. 너에게 선물하는 봄이야."

"봄에 수술하는 너, 봄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할까 봐 내가 봄을 가져왔어."

친구는 봄에 나는 쑥과 진달래로 만든 떡을 꺼내며 이렇게 환상적으로 이야기했다.

"어우야, 미쳤어. 눈물 나잖아."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친구의 눈도 촉촉해졌다. 카페에서 여자 둘이 떡상자 꺼내면서 울면 구경거리가 될 판이다. 고맙다는 말로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울먹이며 고맙다는 말만 연신 했다. 진달래도 직접 따서 깨끗이 씻어 하나하나 말려서 만들었다 했다. 정말 그 상자에 친구의 정성으로 포장된 봄이 있었다.

꽃이 펴서 봄이 아니라 마음이 피니 정말 봄이 왔다.

간식으로 먹으라며 쌀술빵과 오란다, 연근차까지 야무지게 챙겨 왔다. 친구의 떡은 모양도 너무나 예쁘지만 맛은 더 뛰어나다. 손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친구가 만든 예쁜 떡들이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오늘은 그 마음까지도 너무나 훌륭했다. 봄을 가져온 친구는 감동한계치를 초과했다.


이왕 하는 김에 자랑 하나 더 하자면 한 달 전 생일 때도 케이크를 비롯해 온갖 것들을 한 보따리 메고 지고 나타나서 나를 감동시켰다. 떡케이크를 비롯해 손 많이 가는 간식거리들을 만들어왔다.

공방을 한다고, 손재주가 좋다고 이렇게 해 주는 게 쉬운 건 아니다. 하나하나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지를 알기에 친구의 마음은 나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2026년 말의 해, 복 많이 받고 꽃길만 걸으라며 송편의 의미를 설명하던 그날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손재주는 없어 뭘 만들어 줄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것들로 응원하고 격려하려 한다.


봄을 가지고 온 친구 덕분에 마음에 꽃이 피었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찬란하게 빛나는 봄이 될 것 같다. 나를 향한 예쁜 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의리 있는 여자는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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