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백날천날 웃고 살겠어

뭘 해도, 아무것도 안 해도 다 괜찮아

by 하늘 예쁨

수술날짜를 잡아놓고

검사하다 지치고

기다리다 지치고

괜찮은 척하느라 지쳐가


표정이 왜 그러냐고 묻지 마

좀 웃으라고도 하지 마

산책이라도 나갔다오라고 하지 마

내버려 둬 그냥!

그게 안 돼서 못하는 거야

되는데 안 하는 게 아니고


어떻게 백날천날 웃고 사냐?

좀 기다려

또 웃겠지

미친년처럼 머리에 꽃 꽂고

덩실 춤을 추는 날 오겠지


지금은 그런가 보다 해 그냥!


썩어가는 나무 틈에서 새싹이 나고

앙상한 가지에서 화려한 꽃이 피기도 해

눈부시게 흐드러진 꽃도

비바람 한 번에 속절없이 부서지기도 하고


꽃피는 날도 있고

모든 것이 날아가 볼품없는 날도 있고

백날천날 피는 꽃 없듯이

나도 백날천날 웃을 수는 없어


매일 한결같이 빛나라고 하지 마

오늘은 흐린 날인가 보다 해

그러다 갑자기 터질 듯 꽃 피울 거야


매일 보람찬 일들을 하지 않아도 돼

하루 종일 누워있으면 어때

매일매일 뿌듯할 수는 없어






"슬퍼하지 마, 웃어봐, 산책이라도 다녀와봐, 책이라도 읽어봐, 글을 써보는 건 어때?, 바보처럼 누워만 있을 거야?" 이런 말로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며칠을 보냈다. 누가 뭐라 하지도 않는데 나를 일으켜 세워보겠다며 격려한답시고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다.

'해야 되는데...'로 밀려드는 생각들은 나를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로 만든다. 바보인 척 안 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는데 티가 난다. 그러다 지친다. 옆사람들도 나 때문에 덩달아 기운이 빠진다. 그렇게 만드는 내가 미워진다. 우울감을 넘어 우울증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설까 봐 나에게 괜찮다고 말을 해주기로 했다.


늘 유쾌한 사람, 재미있는 사람, 항상 무언가로 분주한 사람, 목표가 있는 사람, 생산성 있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이고 싶었던 내 평소 바람은 지금의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웃지 않아도 되고 사람들에게 꼭 유쾌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늘어져 있어도 무가치하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야 하는 날이지.'라고 생각하면 된다.

허투루 보낸 시간에 스스로를 엄하게 나무라지 말아야 한다. 꼭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을 하면서 뿌듯함을 찾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좀 쉬어가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존재자체로 괜찮은 사람이다.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동안 그냥 되는대로 살아도 괜찮다. 멍하니 시간을 허비해도 괜찮다. 뭘 해서 괜찮은 경우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괜찮을 때도 있다. 그러니 자책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두어라.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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