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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 어때 Dec 13. 2023

2023  결산 - 운동 편

참 열심히 살았어요

살짝 이른 감이 있는 2023년  돌아보기 '운동 편'입니다. 다른 편이 꼭 있다는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 여러 편 나올 것처럼 여지를 남겨봅니다. 며칠 지나 12월 중순 문턱을 넘으면 많은 분들이 2023년을 정리하는 글을 쓰실 것 같아 일찍 일어나는 새인 척하며 서둘러봅니다.




1. 걷기

미쳤다 싶을 만큼 걸은 날도 있고 컨디션 난조로 꼼짝없이 누워서 있던 날도 있고 자발적 히끼꼬무리가 되어서 걷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능한  많이 걸으려 노력했어요. 전 제가 하는 일에 대체적으로 열심과 진심으로 합니다. 가끔 그게 욕심이 되는 게 문제가 될 때도 있는데 요즘은 진심에서 멈추는 연습도 하는 중입니다

감사하게도 집 앞에 아주 걷기 좋은  예쁜 공원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좋아서 걷고 나쁘면 좋아지려고 걸었습니다. 걷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우울한 날엔 공원호수가 벤치에 앉아 사연 가득한 여인이 되어 하염없이 울기도 했습니다. 기쁨과 감사는 데리고 오고 슬픔과 걱정은 버리고 들어올 수 있어서 걷는 걸 참 좋아합니다.

만보 걷기가 여전히 유행이고 또 다른 의견으로 7천~8 천보가 좋다고 추천하기도 하지만 숫자에 집착하는 것보단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에게 집중해서 걷는 게 건강에는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아무 의학적 근거 없는 얘기입니다.


2023 일평균 걸음수


올해 일평균 이렇게 걸었으니 애쓰긴 한 모양입니다. 만보를 채웠으면 더 좋았겠다는 욕심이 살짝 올라오는 걸 보니 위에 쓴 글과 상충되지만 아무튼 기특하다 칭찬해주고 싶네요.


2. 필라테스

수술 후 몸과 팔의 긴장도가 높아져 혹시 굳어버릴까 걱정돼서 재활개념으로 시작한 운동이에요. 재작년 큰 수술을 했거든요. 이것도 연재해 볼까 생각 중인데 아직 용기가 안 나서 머뭇거리고 있는 중이긴 해요.

성격상 실내에서 하는 운동보다는 밖에서 하는 운동을 좋아했어요. 동적인 사람이었거든요.  치료요법이라 생각하고 욕심부려 120회를 등록하고 이제 9회 남았으니 이것도 참 열심히 했네요. 일부러 제가 걷는 공원 끝자락에 있는 필라테스로 정했어요. 유산소 후 근력을 다져보겠다며.

100회를 넘게 했지만 유연성과는 거리가 있나 봐요.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뻣뻣해요. 그래도 스프링이나 기구의 도움을 받으니 내 능력치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늘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날 몸 말고 마음을 유연하게 늘려주는 기계가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몸보다 마음이 더 굳어 있는 그런 날에요. 대히트 예감 상품인데 개발이 어렵나 봐요. 현실감 지나친데 가끔 엉뚱한 상상도 잘해요.

덕분에 다행히 팔은 잘 올라가요.


3. 골프 그리고 탁구

골프 시작한 지 한 8년쯤 된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미쳐서 다닌 건 3~4년쯤 돼 가고요. 겨울에는 추워서 라운드를 잘 못 나가니 작은 공으로 놀 기회가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계절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다른 공놀이를 시작했어요. 이쯤 되면 학원병이 있는 게 확실해 보여요. 배움에 대한 열정쯤으로 해석해 주세요. 이제 3개월 조금 넘었는데 이것도 재미있네요. 처음에 탁구장에서 전 유령이었어요. 아무도 제가 안 보이나 봐요. 초보자에게 'shall we 탁구?'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레슨 받고 외톨이처럼 볼 뿜어주는 기계랑만 놀았어요. '재미있어지려면 지금의 재미없음을 참아야 한다' 아시죠? 제가 자주 쓰는 표현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다녔더니 지금은 같이 랠리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둘 생겨서 유령에서 사람으로 승격했어요. 아직 게임을 할 정도로 잘하진 못하지만 어쩌다 스매싱이 잘 들어가면 아주 통쾌해요. 탁구는 스피드가 있는 운동이라 공의 움직임에  집중하지 않으면 받아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잡생각을 할 틈이 없네요. 탁구의 아주 좋은 점이에요.


4. 다이어트 댄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에요. 헬스장 안쪽 gx룸에서 하는 거라 가기 싫은 헬스장까지 이끌어줄 명분을 만들려고 시작했어요. 에어로빅을 비롯한 그룹운동 특징 아시죠? 맨 앞줄이 대장이에요. 전 맨 뒷 줄. 사람 많으면 선생님도 잘 안 보이는 뒷줄에서 '둠칫, 두둠칫'허우적거리고 있어요. 소싯적 춤 좀 췄는데 여기서는 그냥 고문관 군인의 행군처럼 오른 다리 오른팔 동시에 올리는 수준이에요. 그래도 그다지 부끄럽지는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김미경 강사님이 그랬어요. 그런 건 실력차가 아니고 시간차라고. 내가 좀 그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동작을 못 따라가는 거지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니까요. 동작을 제대로 못하니 다이어트와는 무관하게 흔들고 있긴 한데 그래도 신나는 음악이 있어서  꾸준히 가고 있어요. 언젠간 앞 줄 대장언니가 될 거예요.




(번외 운동 편)

1. 한라산 등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더라고요. 제대로 된 등산이라고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는데 올해 초 겁도 없이 한라산 올라갔어요. 그것도 겨울산을.


2. 마라톤 10km 완주

42.195km도 아니고 하프도 아니지만 이거 하려고 연습도 많이 했어요. 10km 결승점 통과하고 울어버렸어요. 저에게 그때의 마라톤은 달리기 이상의 의미가 있었거든요.


이 두 가지는 운동 편에 간략히 넣긴 했는데 일종의 예고편이에요. 나중에 따로 꼭지를 떼어 풀어볼까 해요. 간략히 쓰기 아까운 큰 경험이었거든요. 혹시 궁금하실지도 모르잖아요. 안 궁금하셔도 별 수 없어요. 제가 쓰고 싶거든요.


쓰다 보니 참 열심히 운동했구나 싶어요. 언제 다하냐고요?  운동은 시간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영역이더라고요. 그리고 술을 끊으니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운동과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한 해를 보냈네요. 왜 그렇게 애쓰냐고요?

... 오래 살고 싶어서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거든요. 세상이 이렇게 점점 좋아지는데 빨리 사라지면 억울하잖아요. 억울하지 않으려고 오늘도 즐겁게 열심히 삽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살 거예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어릴 적 동화 속 엔딩이 되고 싶거든요. 그렇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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