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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뭐 어때 Apr 15. 2024

텃밭을 분양받았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이번엔 이쁜이가 농사에 도전한다. '농사짓는 이쁜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나니 이쁜이에 대한 부연설명을 해두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쁜이는 신랑이 나를 부르는 애칭이고 나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오그라들면서도 자주 불러주는 이름이다. 외적으로 빼어나서 이쁜이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 그냥 애쓰는 모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파이팅의 다른 이름정도로 부르는 것이니 거부감 없이 함께 이쁜이로 불러주면 좋겠다. 안 불러도 되니까 욕만 하지 마시길. 아무튼 그래서 난 이쁜이다.


시에서 텃밭을 경작할 도시농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해서 겁도 없이 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튀어나왔지만 아무것도 아는 게 없으니 실행력은 멈칫하고 있었다. 모집공고를 자세히 보니 개인텃밭이 아닌 공동체 텃밭으로 신청하는 방법이 있었다. 이거다! 혼자는 서툴고 부족하지만 나에겐 든든한 공동체가 있다. 나의 동지들에게 연락해서 신청조건에 맞게 5명을 모집했다. 다행히 그중에 농사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가 있어서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친구가 구구절절 우리의 사연을 적어 신청했고 일주일 뒤 우리는 당첨되었다. 아파트 분양받는 것처럼 땅을 분양받은 느낌이었다. 물론 소유권 없는 소작농이지만 지대도 없이  내가 키워 내가 먹는 채소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니 "아싸! 나이스!"가 절로 나오는 좋은 소식이다.


철저히 친환경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전교육을 받았다. 비닐을 사용할 수 없으며 화학비료는 사용불가, 농약도 당연히 안된다. 작황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다 팔 것을 키우는 것도 아니고 유기농으로 잘 키워서 우리끼리 나눠 먹으면 되니까 훨씬 좋은 농사법이다. 건강에는 또 얼마나 좋을까? 벌써 설렌다. 개인텃밭이 200곳 이상이고 공동체 텃밭도 20곳이 넘는 대규모 텃밭이다. 그런데도 경쟁률이 엄청났다 하는 걸 보니 도시 한복판에서 땅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시농제 ; 농사 잘 되게 해주세요)


시농제라는 낯선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농사준비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운이 좋게 수돗가 가까운 상자텃밭 5개를 분양받았다.  작년 겨울에 방치되어 있던 밭에서 잡초와 죽은 나뭇가지들을 열심히 골라내며 치웠다. 나눠준 20킬로짜리 퇴비 두 포대를 각각의 밭에 고루 뿌리고 뒤집기를 반복했다. 퇴비를 섞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청개구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달팽이, 굼벵이같이 생긴 이름 모를 벌레들에 주춤거리기도 했다. 농사전문가 친구는 좋은 땅이라는 뜻이라 했다. 다음에 또 만나면 놀라지 말고 사진을 찍어둬야겠다. 수백 평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열 평 남짓한 땅인데도 생명을 틔울 준비를 위한 작업들은 제법 손이 많이 갔다.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농기구로 땅을 일구고 퇴비를 섞으면서 바지에 묻는 흙먼지가 싫지 않았다. 함께 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과 흥분으로 인한 도파민 때문일까? 힘든데 힘들지 않은 그런 느낌이랄까.


(이제부터 우리 땅)

이제 이 땅이 퇴비와 어우러져 더욱 건강해지면 모종을 심을 것이다. 우리는 다섯 칸을 어떻게 규모 있게 사용할지에 대하여 절기까지 따져가며 회의를 했다. 모종 종류도 어찌나 많은지. 뭘 심었을까? 다음 편에서 공개! 일주일만 참으시라. 일차 준비 끝~!!!



P.S 앞선 연재에서 슬펐던 그대여!

이번 연재에서 자라나는 생명과 더불어 행복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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