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다한 이야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이후 우리의 삶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사람과 사람 간의 접촉과 물리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영위해온 일상에 비대면이라는 변수가 생겨버렸죠. 늘 만나던 사람들을 이제는 온라인 공간에서 만나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던 온라인 쇼핑과 배달 플랫폼 업계는 어마 무시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세에 맞춰서 최근 물류 인프라 전체 또는 부분적인 물류 과정 내(라스트 마일, Last Mile 또는 퍼스트 마일, First Mile)에 서비스 로봇을 도입하고자 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일 건물 내에서만이 아닌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아우르는 로봇 배달 서비스에 대해 검토를 하게 되었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춘 로봇 서비스 환경에 대해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환경이 갖춰져야 로봇이 쉽게 다닐 수 있으며 궁극에는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가 로봇 배달 서비스를 편하게 누릴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차, 건축 전문가 유현준 교수님의 [공간의 미래]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드리면,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라는 부제를 가진 이 책은 코로나가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면서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서도 자연스럽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을 해놓은 책입니다. 늘 머무는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기존의 공간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이 COVID-19라는 전염병 확산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포함하여 공간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1년 반 넘게 계속되고 있고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는 용어가 들리기 시작하는 요즘, 미래의 공간은 어떠해야 하는지 각자의 삶과 일 속에서 한 번쯤 고민하면 좋을 것 같고 그 고민에 팁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삶의 형태를 어떻게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직업적으로는 내가 위치한 자리에서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중 [6장.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 줄 자율 주행 지하 물류 터널]에서 자율주행 로봇과 도시의 모습을 그려 놓은 청사진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간, 자율주행 로봇의 운명을 예측하다
미래 도시에 새롭게 도입될 필수적인 지하 인프라 시설은 일반 자동차는 다니지 않고 자율 주행 로봇만 다니는 '자율 주행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제시하는 것은 기존 대도시의 지하에 직경이 작은 터널을 뚫는 것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천장고가 낮은 지하 도로망으로 자율 주행 운송 로봇이 다니면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작은 크기의 운송 로봇은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1킬로그램짜리 피자를 배달할 때도 60킬로그램 이상의 사람이 100킬로그램이 넘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다. 결국 161킬로그램을 이동시키는 에너지가 소비된다. 택배 트럭은 배달 내내 다른 물건들도 싣고 다녀야 한다. 운송 로봇은 그런 낭비를 혁신적으로 즐 길 수 있다. 10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 자율 주행 로봇으로 피자를 배달한다면 사람까지 운반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가볍게 11킬로그램만 이동하면 된다. 에너지 효율이 16배 좋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 p.188 [공간의 미래] 중 -
어느 현장에서든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주행환경입니다. 인도로 다녀야 하는지 차로로 다녀야 하는지, 차로로 다닐 경우 횡단보도는 필수로 건너야 하는지, 주행을 방해하는 요인은 없는지(방지턱, 보도블록, 도로의 단차 등)등을 검토하는데요. 사람이 다니는 인도가 되었든 차가 다니는 차로가 되었든 현재 법률상 자율주행로봇은 인도와 차도 둘 다 다닐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수적입니다. 규제 샌드박스로 일시적인 규제는 피할 수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한시적인 규제 완화이기도 하고 규제 완화를 받기 위한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결국에는 건물 내에서 한정적인 서비스만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한계에 부딪히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예 자율 주행 로봇이 다닐 수 있는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을 만들어서 지상의 도로는 온전히 인간을 위해서 쾌적하게 쓰되 물건을 나르는 자율주행로봇은 지하로 다니게끔 하여 물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하자고 제시합니다. 지금까지 실무에서 고민해왔던 부분이 거시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적인 제안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책에서 얘기하는 바와 같이 에너지 효율까지 생각하기 위해서는 현재 시장에 출시된 운송 로봇의 무게를 많이 줄여야 하는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 출시된 운송 로봇의 평균 무게는 60~80kg 정도 되며 책에서와 같이 16배는 아니더라도 50% 이상의 에너지 효율을 기대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 운송 로봇 기술이 고도화되면 더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요한 건 자율주행 로봇 인프라를 도시계획의 한 일부로서 미리 고려하고 반영을 한다면 자율주행로봇 산업 발달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겠지요.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로봇?!
책에서 저자는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을 1970년대의 경부고속도로와 1990년대의 초고속 인터넷망으로 비유하였는데 로봇 사업 개발을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흥미롭고 기분 좋은 비유이자 접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업화/근대화는 1970년대에 건설한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작되었다는 건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당시 자동차가 많지 않은 시절이었지만 일단 도로를 만들어 놓은 덕분에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이 발달했고 다른 산업으로까지 확대되었지요.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고속 인터넷망이 국가차원에서 전국으로 확대됨에 따라 2000년 초반 유망한 IT 기업들이 등장하였고 그때의 IT 기업들이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주역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도시 내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이 21세기의 경부고속도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저는 이 예견을 정말 믿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실현 가능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자율 주행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은 기존 건물이 들어선 곳이나 현재의 도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스마트 시티'에서는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하여 도시 생활 속에서 유발되는 교통 문제, 환경 문제, 주거 문제, 시설 비효율 등을 해결하여 시민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한 '똑똑한 도시'를 뜻하는 스마트 시티(출처:네이버 지식백과)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고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에 맞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기존 도시에서는 해결하지 못했거나 새롭게 적용해야 하는 부분을 스마트 시티에 접목하고 도전하여 해결하는 목적도 갖고 있으므로,
정부 및 지자체에서 준비하는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핵심적인 스마트 시티 구축을 위해 '로봇 전용 지하 물류 터널'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신간 도서 한 권으로 공간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제가 하고 있는 일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책이라 더 꼼꼼하게 자세히 읽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본인의 분야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가는 것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건지 각자의 자리에서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책의 저자께서 하신 말씀을 보았는데요.
지난 경험을 통해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어가며 동시에 '개인의 삶의 질'과 '나'와 '너'와 '우리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그런 서비스 로봇'을 만들어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단 이미지 출처: https://www.eu-robotics.net/robotics_league/erl-smartcity/about/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