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극장을 떠올리면 북적북적한 분위기부터 떠오른다.
특히 매점 앞에는 팝콘과 음료를 양손에 든 사람들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었다. 지금은 극장이 예전만큼 그렇게 붐비지 않는다. 관객들도 그렇지만 아르바이트생들도 대폭 줄었다. 몇 년 전만 해도 매표, 매점, 상영확인을 모두 사람이 했다면 무인발권기가 들어서면서 그 일은 기계의 영역으로 절반 정도는 대체되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딱 최소한의 인원만 자리를 지키고 있어 예전의 사람들로 활력 넘치던 극장 분위기를 아는 나로서는 휑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10년 전 극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미소지기는 한 대형 극장의 아르바이트생을 지칭하는 말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대부분 그 주변의 대학생들이었고, 또래였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걸 좋아하는 체질이라면 딱 놀고 연애하기 좋은 일터였다. 극장 복지로 개봉작을 한 달에10편씩이나 무료로 볼 수 있었던 데다가, 매점 메뉴도 많이 할인되었기 때문에 20대 청춘들이 데이트 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일자리였다. 일이 끝나면 밥 때나 야식 땡기는 때였기에 대부분 같이 일한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이기 일쑤였는데, 모임에 취약한 나는 어색한 미소를 흘리고 뒷걸음질쳐 빠져나오는 데에 큰 재주가 있었다. 그렇게 야식을 먹으러 함께 사라진 뒷통수들 중 누구랑 누가 사귄다는 소식이 얼마 안 가 들리곤 했다. 그 중에는 이미 그럴 줄 알았던 커플도 있었고, 둘이 사귀게 될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한 커플도 있었다. 비록 내 연애는 아닐지라도 청춘 남녀들의 연애를, 이를테면 솔로지옥이나 나는솔로를 바로 옆에서 직관하는 일은 꽤 재미났다.
동료들은 연애하는 데에도 열심이었지만, 커플석 단속을 아주 확실히 하는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했다. 커플석은 2인석이 하나의 소파처럼 이루어진 특별한 좌석인데, 일반 좌석보다 가격이 비싸 매진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면 일반 좌석을 구입한 사람들 중 비어있는 커플석으로 옮기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그걸 단속하는게 우리의 일 중 하나였다. 나는 함께 일하는 청춘들이 그 어떤 일보다도 커플석에 무임승차한 커플을 단속하는 일만은 눈에 불을 켜고 해내는걸 자주 목격하곤 했다. 조용하게 그들에게 다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한 후, 그들이 머쓱하게 돌아가는 것까지 확인하고는, 상영관을 나와서야 짓는 보람찬 미소가 기억난다. 청춘들이 모인 곳이라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는 극장은 사람들로 복작복작한 편이 좀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