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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스갯소리 Jun 24. 2024

음식에 담긴 어떤 것

엄마의 미소

결혼 전에는 요리할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엄마는 본인이 한 음식을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걸 즐거움으로 아는 분이기에, 나는 팔자 좋게도 먹는 즐거움만 누리면 되었다. 가끔 부엌에 들어가도 김치볶음밥이나 라면 같이 간단한 음식을 조리해 먹거나, 특별한 날 미역국을 끓이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만 먹을 수는 없는 법.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과 나, 둘 중에 내가 요리를 주도적으로 하게 되었다. 남편은 음식을 끼니 때마다 배를 채우려고 먹는 사람이었고, 나는 식욕이 꽤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내가 부엌의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남편은 식욕이 없는 한편 가리는 것 없이 아무거나 잘 먹었고, 늘 먹고싶은 메뉴가 정해져 있는 쪽은 나였으니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상에 올렸다.


그러다보니 요즘 트렌드답지 않게 외식은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일할 땐 집에 와서 요리하는게 귀찮기도 하지만, 엄마가 보내준 반찬으로 간단하게 한끼 먹으면 그만이다. 여력이 있을 땐 먹고싶은 음식을 곧 먹게될거라는 설렘을 안고 요리를 한다. 나는  가지 일을 진득하니 몰두하는게 어려운데, 요리는 육수를 끓이는 중에 야채를 다지고, 계란물을 풀어 지단을 부치는 등 동시다발적으로 여러가지를 수행해야 해서 퍽 지루하지 않고 잘 맞는다. 인터넷으로 다양한 레시피가 워낙 잘 나와 있어서 그대로만 따라하면 먹을만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데다가, 때때로 맛이 기대 이상일 때는 동네사람들 불러 맛 좀 보라고 하고 싶어진다.


찌개나 국류는 몇 개 따라하다보면 공통점이 보이고, 그 다음부터는 레시피를 안 봐도 맛을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조림류는 비교적 냉장고에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이라 애용하는 편이다. 2인 가구이기 때문에 한그릇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볶음류나 덮밥류도 좋다. 하지만 소모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물러서 금새 버리게 되는 야채 등의 식재료들은 매번 너무 아깝다.


몇 번 속이 상한 후에야 가까이 사는 친정 엄마와 식재료를 공유하는 방법을 떠올려냈다. 엄마가 양파를 한 망 사면 양파 두어개 얻어오는 식이다. 반대로 내가 뭘 사면 엄마에게 나눠준다. 이렇게 해도 야채 특성상 빨리 먹지 않으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무르지만, 버리는 양이 예전보다는 줄어서 만족스럽다.


애초에 음식을 넉넉하게 해서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아기새처럼  먹고만 살았던 나의 지난 날, 엄마의 노고에 작게나마 보답할 수 있다. 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오래도록 엄마의 엄마가 한 음식을 먹어본 적 없는 엄마는 눈시울 살짝 붉히며 내게 친정 엄마같다는 과한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엄마의 마음만큼은 아니지만 손수 만든 음식을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마냥 기쁜 그 마음을 이제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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