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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스갯소리 Jun 26. 2024

서투른 메이크업

화장이 뭔가요

나는 자연스러운게 가장 예쁘다는 일념으로 살아왔기에, 그것이 본래 예쁜 사람에게만 해당한다는 것을  오래 외면한채 뷰티의 영역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중고생 시절에는 키가 클 것을 대비해 한 사이즈 큰 교복을 입고 다녔고, 동급생들이 거울 앞에서 화장하고 고데기를 연마할 때는 겨우 선크림이나 바르고 다녔다. 한마디로 꾸밀 줄을 몰랐다.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게된 이유도 조금 남다르다. 타고나길 남녀노소에게 쉽게 수줍어하는 성격이라 얼굴이 자주 빨개졌는데, 그게 지독하게 싫어서 볼 빨간 나를 숨기려고 별의별 노력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메이크업이라는, 생각보다 간편한 방법이 있었던거다. 비비나 파운데이션을 바르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과 수줍음을 가릴 수 있었다. 피부가 더 뽀얗고 윤기있어 보이는 효과까지 있으니 그 맛을 본 후로는 어찌 메이크업을 멈출 수 있으랴.


다만 제대로 화장을 할 줄 몰랐다. 내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도 고를 줄 몰랐고, 색조가 들어가는 눈 화장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색으로 감을 따라 화장하곤 했으니 어딘지 늘 과하거나 부족했다. 화장은 어디서도 배워본 적이 없으니, 이십대 중반에 들어서야  필요성을 실감하여 메이크업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했다. 


생얼로 메이크업 선생님을 만나, 약 2시간동안 내 얼굴을 맡긴 채 얼굴형과 이목구비에 맞는 메이크업을 받았다. 선생님은 내 얼굴을 도화지 삼아 섬세한 터치를 하는 동시에 각각의 단계를 설명해 주었다. 집에서는 15분 컷으로 대충 끝내는 화장을 그렇게 긴 시간동안 세밀하게 공들여 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끝없이 펼쳐져 있는 화장품과 그 도구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새로운 화장품과 도구를 사용할 때마다 저것도 사야하나, 싶은 마음에 눈여겨 봐두었지만 통장 잔고가 얼마나 비어야 메이크업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메이크업을 끝냈을 때는 거울 속에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이 보였다. 얼굴선이 좀더 갸름하고 눈매가 선명하면서 코는 오똑해 보여서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꾸만 눈길이 갔다.

찰칵, 찰칵

더없을 내 모습을 사진첩에 남기면서 일상에서도 따라해볼 법한 몇 가지 팁만은 수첩에 기록해 두었다.


여전히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예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꾸밀 줄 아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겉모습이 본인의 전부가 아니라는걸 알면서 적당히 멋부릴 줄 아는 사람, 멋에 잡아먹히지 않으면서 멋의 즐거움을 누리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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