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
우리는 몇 번은 서로 옷깃을 스쳤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었다. 나는 차가 없었고 그는 차가 있었기에 주로 그가 나를 데리러 왔는데, 연애 1일차에 그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좌석 앉기 편하게 조절해놔요. 이제 거기 앉을 사람이 한 명이라..."
그 순간 심장이 쿵.
'이 남자 말하는 것 좀 보게! 다른 여자들에게도 이랬을까?' 싶으면서도 올라가는 입꼬리는 어쩌지 못했다.
생각지 못한 심쿵 멘트를 잘도 내뱉는 그와 달리 나는 영 어색하기만 했다.
'첫만남 때 어떻게 마주보고 밥을 먹었더라'
'나란히 걸을 때 내 손발이 같이 나가는 거였나 그 반대였나'
'입안에 있는 침 삼킬 때 이렇게 소리가 컸었나'
이전에는 의식하지 않고 행동했던 하나 하나를 의식하게 되니 참으로 부자연스러웠다. 홀로 무대에 선 듯 떨리고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나만 이런가 싶어 곁눈질로 그를 보니, 빨개진 귀가 그 역시 나와 같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식당에 마주앉아 메뉴를 고르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서로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두 사람.
그랬다. 우리는 내향적이며 수줍은 연인이었다.
그 부끄러운 적막을 깨야한다는 사명감으로 나는 불쑥불쑥 떠오르는 대화 주제를 던져보곤 했다. 그러면 그는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차근히도 말했다. 서로의 생일을 기억해두고, 호칭 정리도 하고, 앞으로 하고싶은 데이트도 늘어놔 보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행복감으로 배부른, 일생에 몇 안되는 순간.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은 왜그리 빨리 지나는지, 집에 갈 시간이 되면 너무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으로 애꿎은 집 주위만 돌고 또 돌았다. 그러다가 누가 먼저 손을 잡았더라, 아마도 그였을 것이다. 내가 생각만 하고 있던 것을 늘 그가 먼저 실천했으니까. 옷깃만 스쳐 지났을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손을 잡고 걷는 일. 그것이 인연이 아니면 무엇이랴. 직장에서 겪은 일을 들어주고, 기쁜 일에 같이 기뻐하고, 아플 때 같이 병원에 가는... 우리는 기꺼이 그런 일을 자처하는 연인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