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기억 속 90년대

그 때 그 사람

by 우스갯소리

어렸을 때 부모님이 식당을 하셔서

집 근처 시장에 갈 일이 많았다.

몸이 작아 물건 사려고 끌고가는

구르마에 타고 가기도 했는데,

어린아이를 데리고 발품 파는

엄마의 노고를 알 리가 없었던

나에게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과일을 사면 시장 할머니가

아가 먹으라며 꼭 한 줌씩

봉지에 더 넣어주시던 것도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시장 아줌마가 되고 싶었다.

장사의 고생스러움을 아는 어른들은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시장 특유의 자유분방함과 생동감을,

넉넉한 인심과 살가움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어린이들의 눈에 당시의 어른들은

고되고 지친 모습보다는

힘차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비춰져서

나를 포함한 많은 어린이들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했던 것 같다.


80,90년대 뉴스를 찾아보면

귀성길 꽉 막힌 도로에서

차라리 즐기며 윷놀이를 하거나

장마철 허리까지 차오르는 빗물을 헤치며

구김살 없는 얼굴로 출근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떠한 짜증스러운 상황이라도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지는 못하는 듯 했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동안

물가가 치솟고,

취업난이 심해졌으며,

양극화가 더 벌어지면서,

이 사회는 긍정 에너지를 잃어버렸지만

해맑게 시장 아줌마가 되고 싶다던 꿈처럼

그 시절 긍정 에너지만은 아직도 본받고 싶다.


*구르마: 수레의 방언. 나는 경기도에 살았지만 당시에는 어른들이 카트를 구르마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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