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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May 31. 2024

[우울증 극복 D-26] 2. 따로 또 같이



D-26 -혼자서 씩씩하게

-따로 또 같이


집 근처에 가보고 싶었던 브런치 식당에 친구들과 함께 방문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야경 맛집으로 이름난 곳이었지만, 주차장도 없고 비탈 꼭대기라 식당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다. 함께 가겠다는 일행이 없어서 방문하기까지 일 년이 걸린 터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정신없이 수다를 떨다가, 목소리가 좀 컸나 싶어 식당 안을 둘러봤다. 테이블이 다섯개인 좁은 공간에 우리 일행과 혼자 식사 중인 한 테이블이 더 있었다.


옆 테이블에 혼자 온 여자 손님은, 롱 코트 차림에 베레모를 쓴 한눈에 보기에도 멋스러운 스타일이었다. 큰 헤드폰을 끼고 혼자서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어 다행이었다. 식사 후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나가는 손님의 발걸음에서 경쾌함과 함께 부러움을 느꼈다. 

나도 이 식당에 혼자 올 수 있었다면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을 거다. 

‘나는 왜 이 식당에 혼자 올 생각을 하지 못 했을까?’ 

아마도 여럿이 즐기는 공간에 혼자 가면 초라해 보일 것 같았고 특히나 유명 식당은 혼자 온 손님은 반기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 였다. 

내가 만들어 놓은 낡은 고정관념에 마음이 부담스러웠고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인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도전할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관계에서 ‘따로 또 같이’를 즐길 수 있으면 외롭지 않은, 폭 넓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시원한 여름날 나는 혼자서 남산 자락을 거닐다가, 타워에 올라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했다. 눈앞에 펼쳐진 서울 풍경이 혼자 보기 아까워 사진을 찍어 단체 채팅창에 올렸다. 사진을 보고는 가지 각각의 반응이 쏟아졌다. 

대낮에 혼자서 웬 청승이냐는 친구, 

날도 더운데 밥을 하고 있다며 자유가 부럽다는 친구, 

풍경이 멋지다며 다음에 같이 가자는 친구, 

갑자기 맥주가 마시고 싶어서 냉장고에서 꺼내왔다며 맥주 사진을 보내는 친구들의 반응이 재밌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 혼자 있었지만 모두와 함께 있는 것 같아 즐거웠다. 


 외롭게만 느꼈던 혼자라는 시간을 역으로 즐기게 되니, 순간의 빠른 선택과 결정으로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어 하루에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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