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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Jun 03. 2024

[우울증 극복 D-26] 3.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D-26. 혼자 서도 씩씩하게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서 혼자서 지내보기로 했다.

평상시에 루틴처럼 하는 나의 행동이, 내 생각인지 아니면 함께 있는 사람들의 기대와 바람인지 구분하기 헛갈려서였다. 눈앞에 보이는 사람이 없으면 반사적으로 움직일 일이 없을 테니, 나의 행동이 내 생각인지 아닌지 구분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혼자 지내는 시간은 단조로웠다.

먹고 자고, 온종일 책을 보거나 아무것도 안 하기도 했다. 할 일없이 숙소 근처를 돌아다니며 주변을 구경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루 세끼를 나가서 먹을지, 사다가 먹을지, 무엇을 먹을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하루는 나가기가 귀찮아 냉장고 속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먹어 치우며 생각했다.


내 삶의 여정에서 길을 가이드해 주는 책인,

⟪꽃들에게 희망을⟫에서의 호랑 애벌레가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먹고 자고 기어 다니기만 할 것이 아닌, 하늘을 훨훨 나는 나비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신호 같았다.

사람들은 수많은 애벌레 기둥 어딘가에 붙어 안 보이는 꼭대기를 향해, 기를 쓰고 기어 올라가고 있겠지.

나는 사람들과 서로 밟고 밟히며 함께 기어오르던 사회라는 애벌레 기둥에서 굴러 떨어져 바닥으로내동댕이 쳐졌다.  내가 안 해본 남은 한 가지인, 죽을 각오로 고치를 짜라는 건가?


인생은 ‘시소의 균형 잡기’와 같다.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버린 시소에 올라타, 다시 중심을 잡으려니 많은 힘이 필요했다. 시소가 완전히 기울어져 멈춰버리기 전에, 재빨리 반동을 이용해 균형을 잡았어야 했다.


나는 사회에서 맡은 어떤 역할에서도 내 삶의 큰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

직업, 부모, 배우자, 딸, 며느리... 그 많은 역할들은 마치 돌아가는 세탁기 속 빨래같이, 제자리에서 정신없이 휘도는 것 같았다.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닌 타인이 바라는 내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다 지칠 대로 지쳐버렸다.


혼자서 지낸 시간은, 나의 시소에서 내릴 것들을 내려놓고 무게 중심을 다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돌아갈 관계 속의 시소위에서는, 실수하지 말고 재빨리 균형을 잡아야 할 테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즐거운 일을 찾아 나서야 했고, 나의 능력만큼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경제력을 키워야 했다.






"그저 먹고 자라는 것만이

삶의 전부는 아닐 거야.

이런 삶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게 분명해"

꽃들에게 희망을





꽃들에게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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