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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빈 Jun 29. 2024

[우울증 극복 D-17] 3. 만원 쓰기 프로젝트


D-17. 물처럼 흐르는 부

-만원 쓰기 프로젝트


소비를 할 때면, 거의 빛의 속도로 도착해 있는 결핍의 느낌을 바꾸기가 어려웠다.

공황장애를 일으키는 ‘투쟁 도피반응’의 고장 난 스위치처럼, 태곳적부터 DNA에 각인된 자동반응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돈은 하루에도 수차례 사용하는데, 매번 이런 결핍감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 그런지 눈에 보이는 진전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통장 잔고는 정직하게 늘 비슷했다.


소비할 때 느끼는 결핍감을 을 없애야 했다. 그래서 소비를 감사와 풍요의 느낌으로 바꾸기 위해 ‘하루에 만 원 쓰기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 하루에 한 번씩 나를 위해 만원씩 쓰며 풍요의 느낌을 몸에 학습시키기로 했다. 습관이 나를 만들기까지는 3일에서 3주가 걸린다고 하니 2주를 실천했다.


[ 새로운 곳에, 하루 만원 쓰기]

>> 목  적 : 지불할 때 풍요가 몇 배로 다시 들어올 것을 느끼기

>> 행동 포인트 : 새로운 선택과 빠른 결정

>> 준비물 : 1만 원 (하루)

>> 방  법 : 새로운 장소 가보기, 물건구입

>> 유의사항 : 혼자 하기


하루는 매일 지나가던 집 앞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다니는 길인데 카페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생경했다. ‘내가 저렇게 큰 나무 밑을 매일 지나다니고 있었구나’ 해 질 녘 노을이 창밖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이런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난 앞만 보고 걸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또 하루는,


*새로운 식당에 가보기도 하고  ( 평소 즐겨 먹지 않던 터키 케밥도 먹어보고 )

*데일리 에코백을 하나 사기도 하고  ( 집에 에코백이 많고 많지만 )

*이모티콘을 사기도 하고   ( 더 이상 찾아 쓰기도 힘들지만 )

*새 양말을 사기도 하고   ( 언제 신게 될지 모를 무지개 색으로 )

*내 머그컵을 사기도 하고   ( 있는데 또 사서 뭐 해? 했던 )

*9,900원짜리 티를 하나 사기도 하고   ( 하나를 사더라도 좋은 걸 사야지 했지만 튀는 색으로 )

*스킨케어 제품도 하나 사고  ( 무슨 효과가 더 있는지 모를 비싼 팩도 사고 )


가장 큰 변화는 늘 비슷한 일상이었는데 만원을 쓰기 위해 하루를 바삐 움직이게 된 점이다. 매일 새로운 선택과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며 활기차게 보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내가 새로움에 집중할 동안은 편안히 숨을 잘 쉰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귀찮다는 이유로 나를 위해 새로움을 주지 못했구나’..

나의 무엇이 삶을 정체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지 않은 것은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 위에 그냥 서 있는 것 같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안정감을 주지만 편안함과 동시에 에고(ego)는 또 다른 걸 찾아내 비교와 부러움이라는 작은 술책을 부린다. 그러면 또다시 나를 우울의 터널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이 경험으로 작 지만 새로운 ‘직감적 선택을 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고, 에고(ego)가 고삐를 풀고 장황하게 떠들기 전에 새로운 경험으로 입막음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에너지 소모가 적고 선택한 결과도 만족스러웠다. 새로운 선택을 하는 동안, 에고는 마이크를 잠시 동안 뺏겼고, 사람들은 이 순간을 ‘몰입이라고 불렀다.


소비를 풍요의 느낌으로 바꾸기는 어려웠지만,

이 주간의 기억들은 돈을 쓰는 새롭고 경쾌한 느낌을 몸에 기억시킬 수 있었다.

소비할 때 드는 결핍의 느낌, 은 빛의 속도라 따라잡을 수는 없었지만 내가 호출하면 언제고 그때의 느낌을 불러내 주는 효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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