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심각하고 진지해지는 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어른도 즐겁게 놀아야 하고, 나이대별로 노는 법을 새로 배워야 한다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어른들 대부분은 놀이를 생산성 없는 시간 낭비라고 여기는 것 같다. 우리가 어릴 적 배운 어른 역할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집 앞을 쓸고 나라 경제성장을 위해 일하는 남자는 아빠, 여자는 알뜰하게 살림 잘하는 엄마였다. 그러니 그럴 만도 하다.
놀이는 어떤 목적도, 대가도 없이 온전히 재미만을 추구하는 행위로, 다 큰 어른이 놀이에 푹 빠져 시간을 보낸다는 건 어딘가 어색하다. TV나 주변에서 본 어른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놀이라고는, 먹고 마시는 게 전부 같았다. 회사에서 돈을 벌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탠더드 한 어른인생 스토리다.
친구와의 만남이 가족에게 미안한 일이 되는, 어른이 시작되면 재미없기를 각오해야 한다. 어른이 된 나 또한 붕어빵 같이 비슷비슷한 모양이 됐다.
하지만 나는 달라지기로 했다.
이 상태로 더 큰 어른이 돼버리면, 안 그래도 우울의 정점을 찍은 내 인생에 마침표를 찍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 먹고 새로운 놀잇감을 찾아 나섰다. 제멋대로인 ‘개구리 왕눈이’ 같은 나는 예상대로 철딱서니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놀잇거리를 계속 찾는 나의 행동에 의심이 들었던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던 어느 가을날, 조지프 캠벨(Campbell, Joseph)의 ⟪영웅의 여정⟫에서 내가 찾아 헤매던 답을 발견했다.
책은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몰랐어? 어른도 어릴 때랑 다 똑같아!
때때로 장난감도 새롭게 바꿔야 대고, 새로운 놀이도 배우고 계속 개발해야 해!,
가끔 엘사 드레스나 슈퍼맨 복장도 입고 가면 놀이도 해봐 기분이 새로워질 거야!
당연한데 공식적으로는 몰라야 하는,
어떤 비밀스러운 사실을 누군가에게 확인받은 것 같았다. 의문에 지지를 받은 나는 사회가 부여한 어른 역할을 슬쩍 내려놔 보기로 했다.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니었다.
아이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던 핼러윈 파티에 나도 모자랑 망토도 걸치고 나가보고, 소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노래와 춤도 배워보기로 했다.
로드 주드킨스(Rod Judkins)의 말처럼 미래는 놀이를 되찾은 어른들 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말을 믿고, 어른이 놀이 학습을 시작해 본다.
최상의 교훈은 당신의 친구들을 즐기라는 것이다.
당신의 식사를 즐기라는 것이다.
놀이가 무엇인지 깨달으라는 것이다.
그 놀이에, 즉 삶의 놀이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이것을 이른바 ‘마하수카’, 즉 ‘커다란 기쁨’이라고 한다.
영웅의 여정 / 조지프 캠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