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직접 갈아 봤니?

프랑스는 원래 그래

by serendipity

프랑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는 8월의 바캉스

바캉스를 가기위해 일을 하고 바캉스를 가기위해 돈을 모으는 사람들.

내년 바캉스를 위해 거의 일년 전부터 예약을 하며

바캉스를 가기 몇개월 전부터 바캉스 어디가니 이야기로

바캉스를 다녀와서는 바캉스 어땠니라는 이야기로 수개월을 보내며

거의 일년 내내 바캉스 이야기를 끼고 사는 프랑스 사람들에겐

8월의 바캉스란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태양에 살이 심하게 타는게 싫어서 얼굴을 중무장하거나 래시가드등으로 온몸을 가리는게 흔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최대한 살을 많이 내놔 균등하게 살을 태워 구릿빛으로 건강하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 큰 미덕이다. 8월 바캉스가 지나고도 여전히 하얗고 뽀얀 피부를 자랑한다면 그건 바캉스도 못 간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프랑스에 와서 처음 맞는 여름. 우리 가족 3명도 남프랑스로 바캉스를 떠났다.

차를 타고 6시간 조금 넘게 운전해서 친구가 빌려준 그림같은 집에 도착했다.

화가 세잔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남프랑스의 상징같은 옅은 벽돌색 집

정원엔 올리브 나무가 심어져있고, 해먹에 누워서 찌는듯한 태양을 피해 수영 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집이었다. 개미, 벌, 모기, 나방, 거미등 각종 다양한 벌레들이 집에 들어왔지만 자연 친화적이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아비뇽, 아를, 엑상 프로방스 등 근교 아름다운 도시들을 놀러가며 한가로운 바캉스를 즐기고 있을 무렵

그날 우리는 차로 두시간 거리 떨어진 협곡에 배를 타러 가기로 했다.

아름다운 협곡의 에메랄드 빛 바다 색깔을 상상하며 우리는 신나게 출발했다. 한시간쯤 갔을때 사건이 발생했다. 꼬불꼬불 이어진 길을 지날무렵 갑자기 타이어가 펑하고 터졌다. 뽀족한걸 밟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거의 38도가 육박한 날씨에 터진 타이어는 아스팔트에서 그대로 녹아버렸다.

바닥에 휠이 그대로 닿아 더 이상 한치 앞을 나아갈 수 없었다.

차를 옆에 세웠다.


보통 이런 경우. 한국이라면 보험사에 전화해서 몇십분 이내에 보험사가 출동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모든 일이 멈춰버린 8월의 프랑스. 심한 불안함과 깝깝함이 엄습한 채 나와 남편은 보험사에 전화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바로 핸드폰이 안터진 다는 것이었다.

아니. 세상에. 핸드폰이 안터지는 데가 어딨어.

한국에서는 핸드폰이 안터지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무리 외진 시골에 가도, 지하에 가도, 어떤 교통 수단에서도 우리는 핸드폰이 터지는데 여기는 그냥 국도에서 핸드폰이 안터진다.

우리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움직일 수도 없고, 전화를 할 수도 없었다.

나와 남편은 다른 통신사였다. 그러나 자리를 조금 움직이니 내 핸드폰에 아주 잠시 인터넷이 잡혔다 말았다.

그 사이에 구글 지도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거기에 가면 전화를 할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 차를 세워두고 우리셋은 넓은 초원을 헤치며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그것은 마치 재난 영화에서 나올지 모를 안전한 피난처를 찾으려고 풀밭을 헤치며 하염없이 걸어가는 그런 모양새였다. 드디어 작은 마을이 나왔다. 왠지 모르게 너무 기뻤다. 전화도 터졌다. 전화만 터지면 모든게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전화가 터져서 너무 기쁘다니. 2022년에...


보험사와 통화가 연결됬다는 사실 하나로 우리는 굉장히 기뻤다. 불어를 못하는 우리는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 있냐고 물었고, 연결해 준다는 과정해서 여섯번 정도 전화가 끊겼다.

다시 전화해서 똑같은 말을 앵무새 처럼 반복했다. 지금 어디어디에 있는데 차 타이어가 터져서 갈 수 없다. 사람을 보내줄 수 있겠냐고.. 전화가 끊기고 다시 전화를 해서 또 똑같은 말을 하니 어느덧 그 사람은 내 목소리를 알아보고 웃었다. 알겠다고. 연결해 주겠다고... 하지만 그 이후로도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드디어 응답한 영어를 잘하는 어떤 여자분이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핀으로 보내주라고 했다. 그러면 사람들이 가서 타이어를 임시로 바꿔줄 것이고 완전한 타이어로 갈기위해 다시 근처 카센터로 가야한다고 했다.

우리는 핀으로 차가 세워진 위치를 보내고 보험사가 와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제 해결되었다는 안도를 한채 다시 초원을 헤쳐 우리차로 돌아왔다.

그런데 한시간, 두시간이 지나도 보험사는 오지 않았다. 출동한다는 문자를 받았던 번호로 초원을 헤쳐 다시 마을까지 가서 연락해 보았지만 개인정보라 오고있는 사람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었다. 대표번호만 나왔다. 끔찍했다.

곧 있으면 날이 어두워 질까 걱정이 되었고,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오고는 있는 걸까. 깊은 불신이 들었다.

정말. 이런일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까.


프랑스에 오래 산 주변 지인들에게 상황을 말한 남편은 그들에게 공통적인 말을 들었다.

보험사는 오지 않을 것. 이라는 것이었다. 허허허

장난해? 우리가 그렇게 힘들게 통화가 연결되어 온다고 해서 핀까지 보내줬는데. 그것도 온다더니

두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도 없고, 결국 오지 않을거라니... 그 암담함은 말 할 수 없었다.

그들이 조언한 해결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트렁크에 있는 스페어 타이어를 직접 갈아 끼라는 말이었다. 의외로 간단하다는 말과함께.

살면서 한번도 안해본 일이었다. 어려워 보이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는지 전혀 잘 알 수가 없었다.


남편은 지나가는 차에게 손을 흔들어 도움을 요청했다. 스위스 간판을 단 친절한 커플이 탄 차가 세우더니 우리를 도와줬다. 트렁크에 있는 장비로 차를 살짝 끌어올려 터진 타이어를 빼고 스페어 타이어로 갈아끼웠다. 친절하고 건장한 스위스 남자는 많이 해본 솜씨처럼 능수능란하게 타이어를 갈아끼웠다. 정말 너무 고마웠다. 차가운 세상 같지만 아직 너무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사실이 상기되는 순간이었다.

고마움을 표한 채 인사를 하고 친절한 그들이 떠나고 우리도 운전해서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는 전화도 터졌다. 굉장히 사소한게 고마웠다.

우리는 대표번호로 다시 전화를 했고, 사람들은 도착하지 않았으며 새로운 타이어를 어디서 어떻게 갈면 될지 문의했고, 근처에 지정된 몇 개의 카센터를 알려줬다. 그러고 정확히 마을에 도착해서 우리가 출동을 요청한지 3시간 50분 후에 보험사에서 지금 오고 있다고... 정확히 어디냐는 전화가 왔다.

장난해? 3시간 50분 만에 오고 있다고? 그리고 아까 핀 보냈자나. 어디 있냐니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욕이 나왔다.


지정된 카센터에서 지금 끼운 스페어 타이어로는 80km 이상 속력으로 달리면 안되고, 우리 차에 맞는 정품 타이어를 주문해서 받는데는 오일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허허허

그래도 오일 후에 타이어를 받아 갈아 끼우면 우리는 드디어 Paris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일 동안 집 안에만 있을 수 없어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기 전까지 80km 이내 속력으로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때 깨달았다. 고속도로에서 80km는 기어가는 것 같음을...

오일 후 우리는 새 타이어로 갈아끼웠다. 기뻤다. 120km로 달리는데 너무 시원했다.

우여곡절 끝에 타이어를 하나 갈고 운전을 하는데 너무나 뛸듯이 기뻤다.


아니 도대체 여긴 왜이래?

프랑스는 원래 그랬다.








keyword
이전 02화선글라스 하나 맞추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