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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렌체장탁 Jun 01. 2023

6월이 왔다!

새벽 3시까지 잠들지 못한 자의 짧은 독백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6월은 힘들다.


 많이 아꼈던 친구를 떠나보낸 달이라서 그런지 생일을 앞둔 달이라 벌쓰데이 우울증이 오는 건지 혹은 타오를듯한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이라 그런지 도무지 우울할 이유가 없는데 몸은 미친 듯이 쳐지고 알 수 없이 예민해지며 눈물도 많아진다.


 그래서 6월이 오는 게 어느 순간 두려워졌다.

 

 민박일을 하다 보니 날짜, 요일 관념이 거의 사라지는데 4월경부터 밀어닥치는 손님들을 상대하다가 아.. 더는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달력을 보면  어느샌가 6월이었다. 올해는 조금 덜 힘들었던 건지 참으로 오랜만에 6월의 첫날 6월이 왔음을 인식했다. 물론 잠 못 이루고 새벽 3시까지 남의 잘 쓴 책을 샘내며 탐독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긴 했지만.


 발견하게 되니 문득 결심이란 걸 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걸 적고 알리면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처음으로 핸드폰으로 브런치 글을 작성해 본다.


더 이상 두렵지 않은 행복할 6월을 위해

올해는...


1. 많이 웃기. 신경 써서 하루 10번 소리 내서 웃자.

2. 행복하다 소리 절로 나오는 멋진 저녁식사하기

3. 저녁 8시 전에 퇴근하는 날에는 땀날 때까지 걷거나 춤추기

4.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1시간 이상 대화(통화)하기

5. 먼저 간 친구를 위한 짧은 글쓰기

6. 한 번도 안 마셔 본 술 마셔보기

7. 올해 첫 바닷가 가기

8. 책 10권 이상 완독

9. 꽃선물하거나 선물 받기

10. 주 1회 이상 브런치 글 올리기


 적고 보니 소소하지만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요소가 다 녹아있다. 사람, 웃음, 술, 음식, 책, 춤, 바닷가, 꽃, 글쓰기 등등등.


 문득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음에 감사하다.  전 다 좋아요! 를 외치며 둥글게만 살던 내가 가엾어질 때가 있었는데 곧 마흔의 나는 조금은 'No'를 외칠 줄 아는 인간이 되었다.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순 없겠지만 조금 더 그런 일들 위주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싫어하는 것들을 피하다 보면 싱그러운 초여름의 시작이라 느꼈던 예전의 행복한 6월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유난히 잠이 오지 않던 오늘 밤 불면의 가치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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